아트 갤러리 | 김양선 작가


최근 아프리카 난민들은 자신이 살던 집을 버리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죽음의 행진을 하고 있다. 그리움이나 아련한 기억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과 공포를 견디며 살기 위한 여정의 길을 떠난다. 자유를 찾아 떠나는 이들은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난민으로 임시수용소 천막이 거처일지언정 죽음의 땅을 버리고 감행한 그들에겐 언젠가 돌아갈 꿈을 꿀 수 있는 안전한 집으로 여겨진다. 김양선 작가가 다루고 있는 작품의 주제는 집이다. 집으로 가는 여정을 담은 그의 작품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회귀의 본능을 자극하는 이야기다.

길의 형상은 시간과 시간을 연결해주는 통로로 정신적 교감이 이루어지는 추상화된 상징적 장소다. 현실적인 의미의 단순한 소통 개념보다 신성한 공간으로 초월적인 성격을 지닌다. 일종의 길로써 존재하는 은유적 공간이자 추상적 형상과 근원적 장소의 표현이다. 인생은 고비를 넘고 모퉁이를 돌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 작가 노트 중 -

김양선 작가는 주로 폐문짝이나 낡은 기성품으로 작업한다. 나무는 오랜 세월을 보내면서 손때 묻은 흔적이 역력하다. 이런 재료들은 지난날의 희미한 기억들을 떠오르게 하며 정서적 친근감을 준다. 작품에서 보이는 나무 파편조각들은 알맞은 장소를 찾아 얼기설기 재구성돼 있다. 주로 조각난 나무들을 짜깁기 형식으로 이뤄진다. 대문이나 집 그리고 빌딩들의 형상들로 만들어진 작품은 한 폭의 모자이크 풍경이다. 다양한 주변의 풍경 속에 담긴 집은 단색화와 채색화로 이뤄져 있다. 단색화는 나무가 가지고 있는 색의 농담에 따라 짙고 옅게 표현하며 채색화로 구성된 모자이크는 인상파의 풍경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품 속 집은 이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자신을 지켜주는 안정된 공간의 집이요, 다른 하나는 외부와 경계를 이루는 고립된 공간이다. 이는 현대인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안전한 나만의 공간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물질이든 정신적이든 많은 것을 감당해내야만 한다. 이처럼 집은 안정된 주거공간인 동시에 갈등의 대상이다. 이런 감정들을 작가는 난파된 배에서 나온 듯한 파편조각들을 모아 재구성하고 채색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고 있다.
김상일 바움아트갤러리 대표 webmaster@thescoop.co.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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