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현대 3공장의 비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현대차를 만나는 건 ‘식은 죽 먹기’만큼 쉽다. 현대차의 상징인 ‘H’가 달린 승용차뿐만 아니라 택시가 수두룩해서다. 오죽하면 현대차가 ‘현대속도現代速度’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다. 특유의 공격경영으로 세력을 빠르게 넓혔기 때문이다. 이런 고속성장의 숨은 발판은 베이징현대 3공장이다.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자동차로 달렸다. 대륙의 바람은 거칠었고, 광활한 대지는 위풍당당했다. 그렇게 40여분, 총 146만㎡(약 44만평)에 이르는 드넓은 대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 위엔 26만㎡(약 8만평) 규모의 건물이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중국 베이징 순의구 양진지구에 위치한 베이징현대 제3공장이었다.
지난해 1월초 확장공사를 마친 이 공장은 연간 생산능력 45만대를 갖추고 있다. 현대차는 3개 공장을 통해 연간 105만대를 생산하고 있는데, 3공장의 규모가 가장 크다. 이 공장은 현대차가 중국시장에서 ‘가속페달’을 밟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중국시장이 위축될 때 과감하게 증설된 공장이라서다.
실제로 중국 자동차 업계에선 현대차를 ‘현대속도現代速度’라고 부른다. 현대차가 다른 글로벌 메이커보다 빠른 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여곡절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02년 5월 현대차는 베이징기차와 자본합자를 체결하고, 중국 진출을 확정했다. 폭스바겐(1984년), GM(1997년) 등 글로벌 메이커에 비하면 한참이나 늦은 시기였지만 사업진출작업은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내수시장이 활력을 잃으면서 현대차의 고속성장에도 제동이 걸렸다. 특히 올해 1월과 2월은 현대차에 ‘잔인한 달’로 기억될 것이다. 1월 판매량은 7만5236대에 그쳐, 전년 대비 27.2%나 줄어들더니 2월에는 5만3226대로 더 곤두박질 쳤기 때문이다. ‘현대속도’ 신화가 이제 멈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시장에 떠돌 법한 상황이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초반 중국시장의 실적 부진으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며 “하지만 3월 판매량을 회복하면서 올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3월 10만549대를 팔아치우며 2월 대비 89% 늘어난 판매량을 기록했다.
베스트셀링카 랑동의 요람
판매량 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반떼AD(현지명 랑동)’다. 2월 1만4540대 판매량에 그쳤던 랑동은 3월 판매량이 2만2391대로 크게 늘어났다. 랑동은 현대속도에 가속도를 붙여준 대표 모델이다. 2012년 8월 출시된 이 차는 올해 3월까지 총 86만1037대가 판매된 베스트셀링카다. 지난해 12월에는 3만5654대가 팔려나가 현대차 중국 진출 이후 단일 차종 최다 판매기록을 세웠다. 이 랑동을 만드는 곳이 다름 아닌 3공장이다. 현대속도의 산파 역할을 3공장이 자임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자동차 생산속도가 늦는 것도 아니다. 3공장에선 시간당 97대를 만들 수 있다. 대당 생산시간(HPV)은 15.8시간으로 국내 공장(30시간)보다 두배가량 빠르다. 재고부담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물량의 95%가 주문생산을 받기 때문이다. 매주 화요일 중국 전역의 딜러들로부터 주문을 받으면, 목요일에 생산 계획을 수립하고 다음주에 차량이 출고되는 시스템이다. 만들어지면 족족 팔려나간다는 거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중국 허베이성河北省 창저우滄州 4공장과 충칭重慶 5공장이 문을 연다. 각각 30만대 규모를 갖춘 이 공장들을 발판으로 현대차는 중국시장에서 연 200만대 자동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흥미롭게도 4ㆍ5공장의 롤모델이 바로 3공장이다. 현대속도, 더 나아가 현대차의 미래가 ‘3공장’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중국 베이징=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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