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숙한 사람들의 사회」

“우리 애 학점이 왜 A+가 아닌 거죠?” 대학생 자녀의 학점이 기대에 못 미치자 그 부모가 담당 교수를 찾아가 항의하더라는 이야기는 이젠 놀랍지도 않다. 부모가 자녀의 대학교 학점관리는 물론 취직준비와 진급을 위한 스펙관리까지 책임지는 게 당연시되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어서다. 이런 변화는 자녀가 독립적인 성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방해한다. 우리 사회가 나이만 먹은 어른아이, 이를테면 미성숙한 성인들로 가득 차 있는 이유다.

「미성숙한 사람들의 사회」의 저자 미하엘 빈터호프 박사(독일의 정신과 전문의)는 육체는 다 자랐지만 정신과 감정은 미숙한 성인들이 늘고 있는 현상에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저자는 수많은 현대인이 끝없는 피로감과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도 그들이 미성숙하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한다. 흔히 얘기하듯 세상이 자꾸만 복잡해지고 개인에게 요구하는 게 많아져서 사람들의 일상이 힘들어진 게 아니라 현대인이 약해졌다는 거다.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는 데 익숙지 않은 그들의 삶은 고달플 수밖에 없다. 책상에 쌓이는 일들을 ‘공 넘기기’ 식으로 쳐내도 늘 정신이 없다. 게다가 작은 일조차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건 고역이다. 일의 방향은 다른 사람이 대신 제시해 주길 바란다. 엄마 아빠가 키워준 것처럼 말이다. 또한 저자는 인간의 발달단계를 잘 거쳐온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 ‘퇴행’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유년기 중 특정 시기의 심리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미하엘 박사는 성인의 정신상태가 미성숙하면 불행한 부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녀 문제로 자신의 진료실에 찾아온 부모들의 예를 그 근거로 든다. 그의 상담실은 찾는 부모들은 대개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흥분한 상태를 보인다. 부모의 심리가 불안하니 자식도 그 영향을 받아 불안정한 행동을 보인다는 거다. 부모도 사실은 그들의 자녀만큼이나 심리적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또한 미성숙한 부모들은 ‘컬링(curling·얼음판에서 납작한 돌로 돌을 밀어내는 게임) 부모’가 돼 자녀 앞길에 존재하는 장애물을 모두 제거해주고 싶어 한다. 이런 교육방침 속에서 성장한 자녀들이 성숙한 인간이 될 리 만무하다.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얘기다.

미하엘 박사가 미성숙한 성인에게 내린 처방은 ‘나홀로 산책’이다. 의존할 대상이 없는 공간에서 오롯이 자기자신과의 시간을 가져보라는 거다. 숲을 거닐며 홀로 보내는 그 몇 시간이 우리의 정신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궁금한가. 저자는 성숙한 개인이 되고자 하는 모두에게 이 방법을 권한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노미정 더스쿠프 기자 noet85@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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