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완식의 재테크연구소 | 불완전판매 피하는 전략

당신은 우유를 살 때 어떤 절차를 밟는가. 유통기한을 꼭 보지 않는가. 그렇다. 식음료 제품을 살 때 우리만큼 까다로운 소비자는 드물다. 이렇게 깐깐한 이들이 금융상품을 구매할 땐 180도 달라진다. 약관을 제대로 읽어보긴커녕 판매자의 현란한 화술에 잘도 속아 넘어간다. 우리나라에 유독 ‘불완전판매’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 불완전판매를 막을 방법은 무엇일까.

▲ 지난 2013년 동양사태 당시 4만여명의 소비자가 불완전판매로 피해를 입었다.[사진=뉴시스]

초반 열풍을 일으킨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관련 기사를 볼 때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말이 있다. 바로 ‘불완전판매’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불완전판매를 검색하면 ISA가 연관검색어로 뜰 정도다. ISA의 인기가 뜨거운 만큼 불완전판매의 우려도 많은 셈이다. 반면에 불완전판매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불완전판매의 피해자가 끊임없이 속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불완전판매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금융상품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불완전판매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건 상품의 좋은 면만 알리고 리스크가 될 만한 점은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사실 불완전판매가 화제가 된 건 ISA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다.

2004~2008년은 불완전판매 문제가 가장 심했던 시기다. 이때에는 펀드 열풍이 불었는데, 시장을 읽을 줄 알거나 재테크 좀 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펀드에 가입했다. 펀드가 붐을 일으키면서 보험사도 변액유니버설 보험을 내놓으며 대열에 가세했다. 이로 인해 증시가 치솟았고 해외로 나가는 자금 규모도 어마어마한 수준에 달했다.

문제는 이때 팔린 펀드상품 대부분이 ‘불완전판매’의 결과물이었다는 점이다. 당시 펀드가 가장 많이 팔리던 곳은 은행과 증권사였다. 그러나 각 금융사가 상품판매를 위해 상담한 시간은 10분 남짓에 불과했다. 고객의 성향을 파악해서 펀드상품을 추천하고, 상품을 고객에게 이해시키기에 10분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펀드 상품이 가장 많이 팔리던 곳에서 불완전판매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났다는 거다.

보험사도 다르지 않았다. 보험 설계사도 펀드와의 유사성을 강조할 뿐 변액유니버설 상품의 수수료, 사망보험금, 책임준비금의 산정 구조 등을 설명하지 않았다. 상품 속성과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반토막 난 펀드와 변액보험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환매할 수밖에 없었다.

펀드, 보험상품뿐만이 아니다. 회사채까지 불안전판매로 시중에 팔려나갔다. 2000년대 중반에 불거진 대우자동차판매, 금호타이어의 ‘BBB등급 회사채 판매 논란’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두 기업의 회사채는 BBB등급의 투자적격채였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금융사는 이런 사실을 채권투자자에게 알리지 않고 회사채를 팔았고, 결국 판매를 시작한 지 몇개월 지나지 않아 대우자동차판매와 금호타이어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당연히 투자자는 무방비 상태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묻지마 ELS 투자 피해와 동양사태도 같은 맥락에서 발생한 불완전판매의 결과였다. 불완전 판매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ISA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융사가 습관적으로 불완전판매를 하고 있어서다.

불완전판매의 심각한 덫

불완전판매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 피해를 오롯이 소비자가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투자상품이 그렇다. 소비자가 불완전판매를 타개할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전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첫째, 금융상품을 이해하기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금융상품의 유형을 모르겠다고 하더라도 급하게 구매할 필요가 없다. 특판처럼 곧 없어질 상품이라고 해도 금방 다시 출시되는 것이 금융상품이기 때문이다.

▲ 불완전판매 문제는 ISA에서도 발생할 소지가 크다.[사진=뉴시스]
둘째, 투자시간과 자금의 사용처를 고민한 뒤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목적 없이 투자된 돈은 목적 없이 사용되게 마련이다. 어디에 얼마를 어떤 방법으로 투자하고 사용할지를 먼저 결정하는 게 좋다. 셋째, 자신의 투자성향을 파악해야 한다. 투자상품의 경우,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손실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상품에 따라 손실률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성향에 맞게 투자해야한다.

넷째는 금융상품을 반드시 단기ㆍ중기ㆍ장기로 나눠서 구매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금융상품을 자신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금융상품을 공식처럼 접근했다가는 불완전판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마지막으로 믿을 만한 전문가를 곁에 둬야 한다. 금융선진국일수록 금융ㆍ절세문제를 해결해줄 전문가를 곁에 두고 있는 사람이 많다. 비용이 다소 들더라도 욕심 없이 정확한 상품을 추천해줄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거다.

이 다섯가지만 유념해도 불완전판매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다. 금융상품은 쉽게 선택해서는 안 된다. 경우에 따라 개인의 삶의 질이 높아질 수도, 비참한 결과가 초래할 수도 있어서다. 개인의 삶과 연결된 금융상품, 그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투자자 개인의 상황으로부터 답을 찾는 것이다.
윤완식 프라이빗 재무컨설팅 대표 nopagess@nate.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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