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미룬 세출 정책

▲ 정부는 최근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얼마나 강한 의지가 있는지는 지켜볼 일이다.[사진=뉴시스]
정부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들은 게 한두번이 아니다. 대표 세출통제책인 ‘페이고(Pay-Go) 원칙’은 수년째 공전空轉 중이다. 첫걸음만 떼고 ‘나 몰라라’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든 국회든 의지가 부족하다며 꼬집는다. 이래서야 올바른 세출통제를 향한 천리를 걷겠냐는 거다.

나라 곳간이 문제다.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빚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재정지출의 규율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지난 4월 22일 ‘2016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준칙 도입안案이 담긴 ‘재정건전화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힌 건 의미가 크다. 이 특별법의 취지가 세출정책을 강화해 방만한 재정지출을 막고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별법에 담긴 대표 정책은 ‘페이고(Pay-Go) 원칙’이다. 이는 재정지출이 예상되는 법안을 발의할 때 재원조달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하는 것으로, 세출통제책의 기본으로 불린다.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채무준칙, 총지출 증가율이 총수입 증가율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지출준칙, GDP 대비 재정수지 목표치와 균형 재정 달성 시점을 제시하는 재정수지준칙 등도 특별법에 포함됐다.

여기에 100억원 이상의 비보조사업도 적격성을 심사하는 사전심사제, 비효율적이고 불필요한 사업을 관계부처와 재정당국이 직접 조사하는 집행현장조사제 등도 검토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문제는 재정건전화특별법에 담긴 재정준칙과 세출법안 대부분이 과거에 논의됐던 정책이라는 점이다. 페이고를 비롯한 채무준칙, 지출준칙은 2013년 ‘재정준칙 마련과 국가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한 정책토론회’ 등에서 여러 차례 거론됐다. 발의됐다가 계류된 법안들도 상당수다.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박완규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세출정책은 주어진 재원을 얼마나 합리적으로 쓸 것인지, 불필요한 지출을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다”면서 “이는 당위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총론에서는 합의가 가능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각 정당과 지역구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반대의견이 나올 공산이 크다”고 꼬집었다.

그는 “재정준칙의 도입을 위해서는 여야를 떠나 국가적으로 합의를 이뤄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지금까지는 국가 전체와 각 당의 어긋난 이해관계에 사로잡혀 공론화하지 못하고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동안 겉으로는 동의하면서 정작 법안으로 제정되는 데는 실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지만 걸으려는 의지가 없으면 천리를 걸어갈 수 없다. 재정준칙 법안을 내는 것만큼 중요한 건 실천의지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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