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미룬 세입 정책

▲ 최고 법인세율 인상 논의는 세수증대를 논할 때마다 나오지만 정작 합의점을 찾은 적은 많지 않다.[사진=뉴시스]
세입의 전제는 합의와 동의다. 직접세든 간접세든 사회적 합의가 없으면 계층간 갈등이 초래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재정건전성 대책을 세울 때 세입정책이 거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수를 확보하는 것보단 재정지출을 조정하는 게 한결 수월해서다. 하지만 세출정책만큼 세입정책도 중요하다. 우리는 무엇을 논의해야 할까.

재정건전성의 두 축은 세입과 세출 두개다. 세입을 늘리고, 세출을 줄이면 말 그대로 금상첨화다. 이 가운데 세출은 의지만 있다면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 재정건전성 문제가 대두되면 ‘세출통제’가 도마에 오르는 이유다. 하지만 세입은 다르다. 세금과 관련돼 있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잘못 통제하면 계층간 갈등이 유발될 소지도 크다. 지난 4월 정부가 발표한 재정건전화특별법을 비롯한 재정정책 개편안에 세입증대방안이 거의 없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세입을 늘리려는 노력은 번번이 한낱 공염불에 그쳤다. 대표 사례는 법인세다. ‘프렌들리 비즈니스’를 표방한 MB정부가 22%까지 낮춰놓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제기됐지만 지금껏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에 주는 비과세와 감면혜택(투자세액 공제율 인하, 최저한세율 인상)을 줄이고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주장도 말의 성찬盛饌으로 끝났다.

박완규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기업에 비과세ㆍ감면 혜택을 주는 것은 투자를 늘리라는 것인데 정작 비과세로 얻은 이익이 사내유보금으로 들어가 사회로 환원되지 않는다”면서 “그만큼 법인세를 높일 여지가 있는 셈이다”고 꼬집었다. 군불만 때놓고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세입정책은 그뿐만이 아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 인하, 소득세 누진세율, 부유층 비근로소득세, 임대소득세, 주식양도소득세, 부동산 보유세, 고액 상속세 등으로 수없이 많다. 도입은 했지만 강제력이 부족해 효과가 거의 없는 세입정책도 많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해서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정책도 말만 있지 행동은 없다. 현금영수증 발급확대 등의 거래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안도 빈약한 강제조항으로 알찬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다.

박 교수는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세출정책과 세입정책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라면서 “이 때문에 세입정책을 빼놓고 재정문제를 논하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부가가치세율과 직접세율이 낮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두 세율을 높여 세수증대 효과를 봐야 한다”면서 “다만 세율을 인상하면 저소득층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으니 소득세ㆍ법인세 등의 누진세율, 최고세율을 높여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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