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세출통제 방안

▲ 국회에 의지가 있다면 재정준칙을 만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사진=뉴시스]
세입을 늘리는 건 쉽지 않다. 세금을 내는 주체인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재정건전성이 훼손될 때 세출을 먼저 통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력한 의지만 있다면 세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재정준칙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19대 금배지들도 이 의무를 외면했다.

재정준칙(Fiscal Rule)은 ‘재정정책의 모수母數에 대한 공식적인 제한 장치’라고 정의할 수 있다. 모수 통제의 방식에 따라 채무비율 설정, 지출한도 설정, 재정수지 설정 등 다양하며, 장단점이 존재한다.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는 과정도 국가별로 다르다.

예컨대 영국은 채무비율과 재정수지, 프랑스는 지출증가율, 스웨덴은 재정수지비율을 관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재정 적자를 관리하기 위해 의무지출과 재량지출을 구분하고, 의무지출의 경우에는 신규 지출이 발생하는 경우 반드시 재원을 마련하도록 하는 페이고(pay go) 원칙을 두고 있다. 중요한 건 각자 재정 지출의 구조에 맞게 자기 구속력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준칙이라는 이름 아래 형태는 다양하지만, 도입된 배경과 추구하는 목적은 비슷하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재정 지출이 늘자, 방만한 재정 지출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도입됐다. 또는 복지국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세입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 지출이 늘어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도입되기도 했다.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혹은 정치적 합의나 정책에 따라 운영하는 게 아니라, 법적인 근거를 갖고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엄격한 자기 구속력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각국의 경험에 비춰보면 우리나라는 지금이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할 시기다.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각종 정책 수단이 재정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고, 급격하게 늘어난 복지 지출이 재정의 압박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로 가면 현 세대의 욕구가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이전되고, 미래 세대의 선택을 구속하게 된다. 그러면 미래의 성장 잠재력을 현 세대가 막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재정준칙은 세입이 더 많아서 결산상 세계잉여금歲計剩餘金이 생기면 추경을 편성해 지출을 늘리고, 세입이 부족하면 국채를 발행하는 방만한 재정운용 관행을 근절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미 우리 사회에도 재정준칙이라는 개념은 보편화돼 있다. 19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몇 개 제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법안이 만들어지진 못했다. 우리 스스로 지출을 자제하려는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려는 강한 의지가 없이는 재정준칙은 만들기 어렵다. 무엇보다 국회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재정준칙이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쉽게 도입된 건 이 때문이다.

재정준칙은 20대 국회가 출범과 함께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2년차를 넘어서면 지역구 사업을 챙기느라 재정건전성에 관심을 갖지 못한다. 재정 정책적 관점을 강화하고, 예산 과정의 개혁을 위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임위원회로 전환하는 논의도 동시에 진행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절차적 개선과 아울러 기준선 전망, 재정소요 추계 등 재정통계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재정의 예측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국회 예산정책처 등의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 재정준칙의 도입은 한국의 재정관리 능력을 한단계 상승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 교수 wonheeldaum@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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