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부채 줄이려면 …

2013년 정부가 공공기관의 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이후 자산매각, 사업정리 등 강력한 부채감축 방안이 줄줄이 시행됐고 공공기관 부채는 2013년 대비 14조4000억원 줄었다. 하지만 정부의 공공기관 구조개혁이 성공할 가능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방만경영의 원인으로 꼽히는 ‘낙하산 인사’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 지난해 공공기관의 부채는 505조3000억원을 기록했다.[사진=뉴시스]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 2013년 11월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방만 경영과 부채 문제로 비판을 받고 있던 공공기관에 선전포고를 선언했다. 이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선언한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의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한달 뒤, 정부는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했다. 공공기관의 부채비율을 2017년까지 200%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방만 경영으로 지적된 과도한 보수와 복리후생도 손을 보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ㆍ수자원공사ㆍ철도공사ㆍ한국전력공사 등 대형 국책사업을 대행하는 공기업을 비롯해 중점관리대상 38곳을 지정했다. 또한 지난해 1월에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2단계’를 추진하면서 성과주의 도입, 공공기관 기능조정 등의 개혁정책을 시행했다.

정부의 공공기관 부채감축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4월 26일 발표한 ‘2015년 공공기관 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의 부채는 505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조4000억원 감소했다. 2012년 220%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도 37%포인트 하락한 183%를 기록했다. 2017년까지 부채비율 20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2년 빨리 달성한 것이다. 정부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강도 높은 노력이 거둔 결실”이라며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 개선이 본 궤도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부채절감이 개혁의 성과라기보다 자산매각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한국철도공사의 부채비율이 2014년 411%에서 2015년 283%로 크게 떨어진 건 공항철도 지분 1조8241억원어치를 매각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공사 역시 삼성동 부지를 현대차그룹에 10조5500억원에 매각하면서 199%의 부채비율을 158%로 낮췄다. LH공사도 화성 동탄ㆍ하남 미사 공공택지 등 토지 매각을 통해 부채를 줄이고 있다.

문제는 자산매각ㆍ사업축소에 초점을 맞춘 부채감축이 공공서비스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런 논란은 이미 지난해 국감에서도 지적됐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무조건적인 절감요구가 공익적 목표달성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공공예산의 집행효과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부채 잡으러 나선 정부

자산매각 과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부채절감 목표를 맞추는 데 급급해 마구잡이로 자산을 팔아치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LH공사의 경우 부지의 용도와 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땅 팔기에만 급급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2012년 LH공사는 용인 흥덕지구 내 문화시설 부지를 업무시설(공공청사)로 용도 변경한 뒤 판매해 논란을 일으켰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출 규제 강화, 글로벌 경기부진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고 있다”며 “게다가 아파트 공급과잉 문제까지 겹쳐 LH공사의 공동주택 용지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선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기관 부채는 자산 매각 등 단기적인 해결책에 의존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공공부문의 재정건전성 관리를 위한 기준과 원칙을 정하는 등 장기적 관점의 해결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부문의 부채를 줄이려면 모니터링 시스템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공사업의 실효성 제고,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 투명한 정보공개 등을 위해 국민과 시민단체의 감시 기능과 주무부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 공공기관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전략과 함께‘낙하산 인사’를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일시적 구조조정 기간을 빼고는 꾸준히 공공기관과 공무원이 증가하면서 민간영역이 침해받고 시장기능이 왜곡되는 문제점을 겪어왔다”며 “공공부문 확장을 막기 위해 국가계약 실효성 제고와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 투명한 정보공개, 시민 감시 강화 등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낙하산 인사’를 막는 것이다. 낙하산으로 내려온 인사의 경영능력 부족은 공공기관 부실허경선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 방만경영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어서다.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한 방지책이 빠져 있는 한 공공기관 개혁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는 공공기관 개혁을 외치고 있으면서도 인사개혁을 위한 행동은 취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13년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중간평가를 실시해 이행실적이 부진한 기관의 기관장 해임을 건의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한낱 공염불에 그쳤다. 2014년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 중간평가’에서 한국광물자원공사와 대한석탄공사가 부채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기관장 해임건의는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만경영 온상 막아야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사회공공연구원이 지난해 4월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 낙하산 잔치는 계속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2년간 공기업허경선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 준정부기관에 임명된 낙하산 인사는 전체 임명자 928명 중 204명으로 그 비율은 22.0%에 달했다. 5명 중 1명이 낙하산 인사였다는 얘기다.

게다가 최근에는 총선에서 떨어진 인사들이 공석으로 남겨진 공공기관의 기관장으로 임명될 것이라는 하마평이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공기관 정상화를 위해서는 부채를 줄이는 것만큼 전문성 있는 기관장을 발탁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낙하산 인사가 계속되는 한 방만경영과 부실경영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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