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의 빛과 그림자

몇 년 전만 해도 1인 가구는 ‘골드미스’로 상징됐다. 가부장적인 틀을 부수고 나름대로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혼자 사는 ‘화려한 사람들’에 주목한 거였다. 하지만 지금 1인 가구는 그렇지 않다. 노년층이든 청년층이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1인 가구가 상당히 많다. 아쉽게도 우리 사회의 대응은 미흡하다.

▲ 경제적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1인 가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사진=뉴시스]

저성장 시대에 일자리가 불안정하다면 말 그대로 ‘설상가상’이다. 일상생활을 온전히 유지할 수도 없고, 장밋빛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다. 이는 한국의 가장 큰 문제다. 노인 세대는 물론 청년 세대까지 불안정한 일자리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 세대는 고학력임에도 취업이 어렵고, 일을 하더라도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로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 오죽하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 내집 마련, 인간관계마저 포기하는 ‘오포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공교롭게도 노인 및 청년의 문제들은 ‘1인 가구’와 맞닿아 있다. 빈곤 노인과 일자리가 없는 청년 상당수가 1인 가구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사실 1인 가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은 그리 낯설지 않다.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자녀가 없는 부부로 이뤄진 1세대 가구나 혼자 사는 가구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2010년 인구총조사를 보면 2세대 가구는 42.6%, 1인 가구는 23.9%, 1세대 가구는 15.4%였다. 하지만 2025년에는 2세대 가구와 1인 가구 비중이 각각 34.9%, 31.3%로 엇비슷해지고, 1세대 가구는 22.7%로 껑충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1인 가구의 ‘질質’이다. 이전 1인 가구 앞에는 ‘화려함’이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었다. ‘골드미스(Gold Miss)’는 이를 상징하는 단어였다. 하지만 1인 가구의 실상은 이와 크게 다르다. 가부장적인 틀을 깨고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사는 1인보다 사회ㆍ경제적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 30대 이하 청년 세대들이 1인 가구를 바라보는 관점을 이를 잘 보여준다.

국민권익위원회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30대 이하 청년 세대들은 1인 가구의 원인을 고용불안, 경제여건, 미혼율 증가 등에서 찾았다. 1인 가구가 한국 사회의 화려함이 아닌 어두움을 상징한다는 얘기다. 1인 가구가 겪는 가장 큰 어려운 중 하나는 경제력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국민생활실태조사’를 활용해 가구별 소득ㆍ소비ㆍ재산 수준을 비교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부부로 구성된 가구형태보다 1인 가구의 가처분소득ㆍ순재산ㆍ소비지출이 모두 열악했다.
▲ 1인 가구를 도울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할 때다.[사진=뉴시스]

예컨대, 전체 평균을 100으로 봤을 때 1인 청년세대의 가처분소득은 67.6%, 순재산은 22.4%, 소비지출은 64.1%에 불과했다. 노인 세대 중에서도 75세 이하 1인 가구는 전체 평균(100)에 비해 가처분소득은 24.9%, 순재산은 33.8%, 소비지출은 29.4 %로 매우 낮았고, 75세 이상 1인 가구의 경제력은 이보다 더 나빴다.

문제는 1인 가구의 ‘질’

이는 불안정한 일자리와 무관하지 않다. 35세 미만의 청년층은 청년부부에 비해 상용직 종사 비율이 낮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상용직 종사자는 부부 남성이 79.9%, 단독 남성 67.9%, 부부 여성 53.7 %, 단독 여성이 52.3% 순이었다. 반대로 임시일용직 비율은 단독 여성이 38.5%, 단독 남성이 22.8%, 부부 남성 11.9%, 부부 여성이 10.9% 순이었다. 1인 가구의 적자가구 비중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적자가구 비중은 2006년 31.8%에서 2012년 38.8%로 7%포인트나 늘었다.

1인 가구가 맞닥뜨린 또 하나의 문제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늦은 취업과 실업 등의 불안한 사회경제적 환경이 결혼이나 자녀를 낳아 가정을 이룰 계획까지 미루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결국은 청년 세대가 겪는 어려움이 우리 사회의 불투명한 미래와 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국가의 존폐를 가르는 저출산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한편에선 혈연이나 친족 단위를 넘어 1인 구성원들이 또 다른 사회적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는 대안적인 방안을 활발하게 실험하고 있다. 1인 가구들이 공동체 주택을 형성하는가 하면, 지역 사회 안에서 1인 어르신을 돌보는 사회적 움직임도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안들은 개인의 재정과 예산의 제약으로 발목이 잡히기 일쑤다. 대상도 협소하다는 단점이 노출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시의회가 2015년 마련한 ‘청년과 노인 세대를 아우르는 1인 가구를 위한 조례안’은 주목할 만하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정상가족의 범위에 속하지 않았던 1인 가구의 사회적 참여를 확대하고, 삶의 질을 보장하는 복지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아울러 5~10인 이상의 공동생활가정과 소셜다이닝(Social-Dining) 등을 통해 사회적 관계망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1인 가구에 관심과 지원 필요

이제까지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식하고 이들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 때문인지 상당수 1인 가구는 혼자서 생계를 이어간다. 여기에 사회와의 고립과 이로 인한 외로움까지 안고 살고 있다. 1인 가구도 우리 사회와 경제 환경으로 인해 생겨난 새로운 가구 형태 중 하나다. 이들을 위해 더욱 광범위한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1인 가구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인식을 바꿔가면서, 이들을 위한 사회복지망을 마련하는 데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최정은 새사연 연구원 jechoi@saesayon.org|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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