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회복세 이어질까

▲ 백화점 업계의 1분기 실적이 개선됐지만 지속될지는 미지수다.[사진=뉴시스]
발품 팔지 않아도 집에서 손가락만 까딱하면 물건이 문 앞까지 배달된다. 가격도 저렴하다. 제값 주고 사면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는다. 오프라인 시장이 맥을 못 추고 있는 이유다. 이 와중에 백화점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랜만에 이름값을 했지만 전성기는 지났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중국에선 100여개의 백화점이 문을 닫았다. 침체된 중국 경제의 역풍을 백화점이 가장 크게 맞은 셈이다. 그해 매출이 감소한 중국 내 백화점은 전체의 62%, 순이익 하락 업체는 73%였다. 우한중상 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순손실만 4999만 위안(-87억8324만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83.8%나 하락한 수치다. 광저우廣州의 대표 백화점 중 하나인 광저우우의 백화점의 매출액도 전년 대비 16.6% 감소한 28억400만 위안(4926억6280만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KOTRA가 진단한 중국 백화점의 위기 원인은 오프라인 소비시장의 침체다. 온라인 시장이 빠르게 확장하면서 오프라인 시장에 충격을 가했다는 거다.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가격이 너무 높고 고급화된 이미지를 고집하는 것도 침체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중국의 백화점들은 현재 새로운 쇼핑몰 업태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백화점이 슈퍼마켓, 마트는 물론 편의점까지 겸하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의 위기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대형백화점 체인 제이시 페니(J.C. Penny)는 최근 5년간 매출액이 약 30% 감소했다. 1902년 설립된 전통의 백화점이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를 이기지 못하고 파산 위기까지 몰렸다. 제이시 페니가 수십개의 점포를 닫고 수천명의 직원을 정리하는 다음에야 파산 위기에서 벗어난 건 백화점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중국이나 미국보다 강도는 약하지만 우리나라도 최근 몇년간 온라인과 모바일쇼핑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백화점 안팎에선 곡소리가 진동한다. 지난해 소매업태별 판매액 추이를 살펴보면 편의점만 두자릿수(29.6%) 증가했을 뿐 대형마트(2.4%), 슈퍼마켓(2.4%) 등 오프라인 소매시장은 정체상태에 머물렀다. 특히 백화점은 유통채널 중 유일하게 판매액이 0.4% 감소하는 굴욕을 맛봤다.

그랬던 백화점 업계에 봄바람이 분다. 지난해 4분기부터 조금씩 회복세를 띠고 있다. 롯데쇼핑의 백화점 사업부는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8%, 30.7% 증가했다. 연간 증감률이 1.3%(매출), -14.8%(영업이익)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복세’가 제법 가파르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도심형 아웃렛과 팩토리 아웃렛을 지속적으로 출점해 호조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홍대 등에는 핵심 상품군 전문점을 출점해 새로운 동력을 찾을 예정이다.

백화점 부활 아직은 ‘반신반의’

여세는 올해 1분기에도 이어졌다. 지난 3일 공개된 현대백화점의 양호한 1분기 실적은 대표적 사례다. 이 백화점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6% 늘어난 1조3239억원을 찍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1.2% 증가한 1023억원을 기록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점은 물론 지난해 출점한 김포점(33억원)과 판교점(40억원)이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유통 전문가들은 백화점 업계의 호실적이 2, 3분기에도 계속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백화점 업계 영업이익이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평균 23.4%와 17.2%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소비심리도 회복되고 백화점의 가격 경쟁력도 많이 개선됐다”면서 백화점 업계의 판매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환율상승으로 면세점 수요가 백화점으로 이전하는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지금의 회복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상린 한양대(경영학) 교수는 “최근 백화점 업계가 살아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공격적인 투자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계에 직면한 백화점 업계가 과거처럼 양적 성장을 꾀하긴 어려울 거라는 분석이다. 다만 그는 “명품이나 고급브랜드 수요는 계속 존재할 것이기 때문에 백화점은 백화점만의 경쟁력이 있다”면서 “최근 아웃렛 등 다양한 판매방식으로 자구책을 마련해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부분적인 개선 효과는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요약하면 ‘더 이상 성장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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