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모르는 Anytime 상권

주5일 근무제가 완전히 정착하면서 상권별 희비喜悲가 엇갈리고 있다. 오피스 밀집지역이 대표적이다. 주요 타깃이 직장인인 탓에 주말만 되면 장사를 접는 경우가 태반이다. 대학가 상권도 방학이면 썰렁해진다. 이들은 요일별 매출이 달라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일주일 내내 장사가 잘 되는 곳은 없을까.

▲ 비수기에도 꾸준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주 7일 상권이 뜨고 있다.[사진=뉴시스]

보통 상가는 특정 수요층을 타깃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도심권 오피스 밀집지역 상가는 평일 직장인을, 아파트 밀집지역은 주부를, 대학가는 대학생 수요를 겨냥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문제는 이 특정 타깃이 상권을 이용하지 못할 때면 상권 공동화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주말이면 쉬는 직장인들 때문에 도심권 오피스 밀집지역은 대표적인 주5일 상권이 됐다. 한 달 내내 영업을 해도 사람이 몰리는 날은 22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걸림돌은 주말만이 아니다. 근로자의날, 명절, 여름휴가, 공휴일에도 문을 열면 파리만 날리기 일쑤다.

이 때문에 최근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는 애니타임(Anytime) 상권이라 불리는 주 7일 상권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 상권은 타깃 고객층이 다양해 일주일 내내 풍부한 유동인구를 확보하고 있다. 수요층이 비어 있는 시간을 최소화해 상권 공동화 현상을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높은 수익률도 보장된다.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애니타임 상권으로 ▲역세권+대학가 ▲하이브리드형 상권 ▲역세권+등산로 ▲공세권(공원+역세권) ▲외국인 관광지 등을 꼽는다.

■ 지하철역 옆 대학교 = 보통 대학권 상가는 고정 수요가 대학생에만 한정된다. 때문에 비수기인 여름ㆍ겨울 방학에는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한다. 하지만 인근에 역세권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신혼부부, 직장인 등 다양한 수요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학권 상가는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주요 소비층인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에 비해 경기에 덜 민감하고 소비가 꾸준해 상권 활성화도 쉽다.

365일 사람이 몰리는 건대입구가 대표적이다. 20~30대를 중심으로 많은 유동인구를 확보했다. 스타시티와 롯데백화점 등이 자리 잡으면서 집객력이 보강된 것이 가장 큰 동력이다. 영화ㆍ쇼핑ㆍ먹을거리까지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대학 상권의 한계를 벗어났다. 로데오 거리 뒤쪽에는 양꼬치 거리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고 지난해 4월 오픈한 커먼그라운드도 색다른 볼거리와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 비수기 없는 하이브리드 상권 = 업무ㆍ의료ㆍ관광 등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상권도 주 7일 상권이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사당역 상권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우성아파트와 래미안 아파트를 배후로 두고 있는 동시에 서울메트로 본사, 엔지니어링 회관 등 업무용 시설을 끼고 있다. 남쪽에는 관악산 산책로에 서울 시립 남서울미술관도 있어 주거와 업무뿐만 아니라 여가를 즐기는 관광객까지 몰리고 있다. 사당역 상권이 상대적으로 낮은 공실률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주말 가리지 않는 상권은 어디…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중대형 상가 공실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평균 공실률은 7.5%. 반면 사당역 상권은 0.7%에 불과했다. 임대차 기간이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공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빈 점포가 없을 정도다. 주말이면 유동인구가 텅텅 비는 오피스 밀집지역이나, 평일 낮만 되면 파리가 날리는 주택가처럼 특정 시간대에는 손님이 없는 단일 상권의 단점을 보완한 결과다.

덕분에 이 지역 상가는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올해 1분기 동작구 사당동ㆍ남현동 상가 거래건수는 7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건보다 3배 넘게 늘었다. 권리금은 평균 1억2033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 9970만원보다 2000만원 이상 올랐다. 그만큼 상권 가치가 높아졌다는 얘기다.

하이브리드 상권은 지방에도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투자수익률을 올린 지역은 대구 시지지구로 무려 10.1%를 기록했다. 이곳은 과거 전형적인 주택가 상권이었지만 지구 바로 옆에 삼성라이온즈파크가 들어선 데다 앞으로 롯데 복합쇼핑타운과 수성의료지구 개발이 진행되면서 알짜 상권으로 급부상했다. 이같은 상권은 시간대와 상관없이 다양한 유동인구가 나오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평일에는 배후 수요를 주 소비자로 모으다가 주말이면 다른 지역에서 온 관광객의 발길을 이끌어내는 식이다.

■ 등산로 업은 역세권 = 연신내역ㆍ불광역ㆍ수유역ㆍ사당역ㆍ청계산입구역 등도 연중 유동인구 유입이 끊이지 않는 대표적인 ‘주 7일 상권’이다. 이들 상권의 공통점은 역세권, 주중 매출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점이다. 여기에 주변에 있는 유명한 산 때문에 주말에는 등산객 수요를 더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 취미로 등산을 즐기는 인구는 1800만명. 등산은 특별한 기술을 배우지 않아도 쉽게 할 수 있어 전국민의 레저 활동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컨대 불광역은 평일에도 북한산 등산객의 발길이 이어진다”면서 “특히 주말 불광역은 각 출구와 사거리, 등산객 루트 중심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 외국인 몰리면 상권이 들썩 = 경리단길이 조성된 서울 이태원 상권과 카페거리가 있는 홍대 상권 역시 유동인구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상권의 주요 타깃은 SNS를 자주 이용하는 젊은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고 그들이 선호 지역에서 쓰는 소비지출액도 커지면서 외국인이 많이 찾는 상권은 연일 호황을 누리기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은 ‘불황이 없는 상권’이라 불릴 만큼 주중ㆍ주말 가리지 않고 사람이 몰리는 이유다.

상가 투자 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최근 1년 동안 합정역 인근 상권 평균 임대료 상승률은 평균 45%를 웃돌았으며 용산 인근 이태원역 상권 임대료 역시 1년 전보다 평균 38%가량, 가로수길이 있는 강남 신사역 일대 임대료도 평균 인상률이 36%를 넘어섰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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