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업 정부 보증 괜찮나

▲ 수주경쟁에만 눈이 멀어 리스크를 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사진=뉴시스]
정부가 이란과 43조원 규모의 MOU를 체결했다. 그러자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이 이란 진출을 위해 200억 달러를 풀겠노라며 화답和答했다. 문제는 이 화답에 리스크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이 믿을 만한 보증이 없다. 이란 경제가 죽을 쑤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국내 기업의 이란 시장 진출을 도모하기 위해 150억 달러(약 17조4675억원) 규모의 금융패키지를 마련하겠다.” 정부의 ‘이란발 선물’에 대한 한국수출입은행 측의 ‘화답(5월 3일)’이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지난 5일 한국무역보험공사도 “지난 2일 이란 경제재정부와 약 57억 달러(6조6552억원) 규모의 금융협력각서(MOC)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이란을 방문해 체결한 66건의 양해각서(MOU)를 실제 계약으로 이행시키겠다는 굳은 결의가 담긴 셈이다. 그동안 주춤했던 국내 수주산업이 되살아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MOU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라는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리스크는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00억 달러나 되는 공공자금이 투입되기에는 아직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많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과거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때도 초반엔 사업성이 높다며 뛰어들었지만 결국엔 부실사업으로 드러나 막대한 손해를 보지 않았느냐”면서 “자금을 지원하기 전에 투자금 회수 가능성, 수익성 등을 엄밀히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공기관은 국민의 혈세를 다루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한영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공공자금이 들어가게 되면 사업성패에 따라 해당기관에도 책임소재를 물을 공산이 크다”면서 “그렇게 되면 해당기관은 만회를 위해 지원을  늘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추가지원을 위해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하거나 돈을 풀면 결국엔 물가ㆍ세금인상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거다. 그는 “이란 시장의 사업성이 좋다면 굳이 정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민간 투자자가 나설 것 아니겠느냐”면서 “그렇지 않다면 사업성이 좋지 않다는 방증일 것이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란의 열악한 재정상황이 악영향을 끼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현재 이란은 신용카드를 쓰지 못할 정도로 금융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이 때문에 투자금은 거의 회수하지 못하거나 회수가 가능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릴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MOU는 공사대금을 발주처로부터 직접 받는 형태가 아니다. 수주한 기업이 직접 운영해 이익금을 챙겨야하는 구조다. 장 연구원은 “이란이 이익을 낼 만한 사업은 원유가 전부인데, 연이은 저유가 기조로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확실한 보증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수은과 무역보험공사가 지급한 자금을 돌려받을 만한 보호책이 없다는 거다. 이란 측은 국영기관에서 발주하는 경우가 아니면 책임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실 이란이 보증을 선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정창구 해외건설협회 금융지원처장은 “이란은 자금 회수를 보증할 수 있을 만큼 재정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다”면서 “결국은 말로만 보증하겠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그는 “아직 실사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의 수익성, 타당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면서 “현재로선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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