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1000만 시대’ 열려면…

▲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유커의 비율은 절반에 육박한다. 하지만 관광 콘텐트가 부족한 탓에 이들의 재방문율은 20%에 불과하다.[사진=뉴시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4000명이 5월 초 한강변에서 삼계탕 파티를 했다. 단체 휴가지로 한국을 선택한 중마이그룹 직원들이다. 4000명씩 두차례 했으니 모두 8000명이 무료로 제공된 삼계탕을 먹고 드라마 ‘태양의 후예’ 삽입곡 가수들의 콘서트도 즐겼다.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는 포상휴가를 받은 아오란그룹 직원 4500명이 인천 월미도에서 치맥(치킨+맥주) 파티를 했다.

이들이 한식과 콘서트를 즐기고 치맥 파티를 한 뒤 뭘 했을까. 수천명이 한꺼번에 이동하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관광 코스는 일반 관광객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서울 동대문 쇼핑몰과 남대문시장, 면세점들을 찾아 쇼핑을 하고 에버랜드를 비롯한 놀이시설과 경복궁 등 고궁을 찾는 일정이었다. ‘드라마 등 한류+음식+쇼핑’의 조합을 능가하는 해외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제공받진 못했다.

대규모 유커들이 단체로 한국을 찾는 것은 반길 일이다. 올해 부산에는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225척의 크루즈선이 입항할 예정이다. 한류 바람을 업고 부산시가 열심히 뛴 결과다. 오는 7월에는 대구에서 네번째 치맥 페스티벌이 열린다. 유커들의 방문지가 서울ㆍ제주도 중심에서 부산ㆍ대구ㆍ인천 등 지방으로 확대되는 것은 고무적이다. 다른 지자체들도 경쟁적으로 유커 유치 계획을 세우고 있어 유커 관광의 지방화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문제는 지자체와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이 대규모 유커들의 방문에 적절히 응대할만한 준비가 되어 있느냐다. 지난 10일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승객 5000여명을 태운 크루즈선 두 척이 부산항에 들어오자 비상이 걸렸다. 크루즈 전용시설이 없는 감만부두에선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이 배에 올라 노트북을 켜고 신원을 확인하느라 입국 수속에만 3시간 반이 걸렸다. 신국제여객터미널에선 배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1㎞ 떨어진 입국심사장까지 20분 이상 걸어야 했다. 관문을 통과하는데 지친 여행객들은 정작 시내에선 두 시간 관광만 하고 배로 돌아갔다.

바가지요금과 불친절 행위는 전국적 현상으로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라면 한 그릇에 1만원을 받는가 하면 미터기를 무시한 채 몇만원씩 요금을 받는 택시도 있다. 여기저기 싸구려 상점으로 관광객을 끌고 다니며 저가 화장품이나 건강식품을 비싼 가격에 사도록 유인하는 여행사도 여전하다. 기업 단위 대규모 단체 관광객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고 콘서트를 개최하기 이전에 관광의 기본 인프라부터 갖추고 바가지 상혼을 뿌리 뽑아야 한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유커는 598만명.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에 육박한다. 하지만 계속 한국을 찾는다는 보장은 없다. 적지 않은 유커들이 태국 등 동남아와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한국행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고질적인 저질ㆍ저가 관광상품으로 쇼핑과 바가지요금에 대한 불만이 많아 한국을 다시 찾는 재방문율은 20%에 불과하다. 그나마 방문이 거듭될수록 여행 만족도는 낮아지고 있다.

한류 인기나 이벤트에 기댄 관광효과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한류와 쇼핑, 음식 그 이상의 매력을 제공해야 한다. 유커도 이제 개별 관광객이 70%다. 단체 관광객을 환대하는 것 못지않게 개별 관광객이 매력을 느낄 만한 관광 콘텐트 개발이 요구된다. 20대, 30대 유커들이 즐겨 찾는 홍대앞, 가로수길, 경리단길, 서촌에서 보듯 더 많은 거리가 독특한 색깔과 정취를 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손을 맞잡아야 할 것이다.

관광은 볼거리ㆍ먹거리ㆍ살거리ㆍ쉴거리가 함께 어우러져야 효과를 내는 복합산업이다. 한국이 쇼핑과 의료 관광 국가에 멈추지 않고 다시 가고픈 매력 있는 곳이 되려면 관광 인프라를 다져야 한다. 만족스러운 숙박시설, 전통문화의 스토리텔링, 관광 전문 인력 양성은 필수다. 한국적 특성을 갖춘 문화관광 콘텐트 개발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연계한 홍보 전략도 덧붙이자.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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