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세이의 실전 재테크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셋값, 2년에 한번씩 치러야 하는 이사에 염증을 느껴 무리를 해서라도 내집마련에 나서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내집마련에 성공해도 끝이 아니다. 주택담보대출에 발목잡혀 최소한 20년 동안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집마련 이후 재무설계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안정적인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위해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사진=뉴시스]

서울살이의 가장 큰 어려움을 꼽으라면 십중팔구 ‘주거문제’라고 말할 것이다. 월급쟁이로 살면서 억단위를 우습게 뛰어넘는 아파트를 장만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세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치솟는 전셋값을 못 이겨 서울을 벗어나 외각으로 떠나는 가구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고 서울살이를 포기하는 것도 힘들다. 하루에 2시간 가까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해야 하는 집 없는 직장인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직장인 Y씨도 비슷한 처지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Y씨는 결혼을 하면서 출퇴근이 편한 서울 중심의 주택가에 전셋집을 마련했다. Y씨와 아내 K씨의 월급은 각각 240만원, 260만원으로 넉넉한 편이었다. 여유로운 신혼생활을 하던 Y씨의 상황이 달라진 것은 집주인이 전세금을 1000만원 이상 올리면서다. 이사를 생각했지만 서울에서 맘에 드는 전셋집을 찾는 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웠다. 그래서 Y씨는 서울 외곽으로 눈을 돌렸다. 서울과 비슷한 가격으로 넓은 집을 구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한 Y씨는 9000만원을 대출 받아 2억원에 전셋집을 얻었다.

Y씨는 공기 좋고 조용한 주거 환경에 크게 만족했다. 문제는 차량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면서 유류비가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Y씨 가계의 지출내역을 살펴보면, 우선 전세자금 대출 이자를 상환하는데 20만원을 지출한다. 여기에 공과금 18만원ㆍ보험료 65만원ㆍ부모님 용돈 29만원ㆍ유류비 50만원 등 고정지출로 사용하는 금액은 210만원이다. 저축으로는 1년 적금으로 월 20만원, 재형저축 2만원, 주택청약종합저축 13만원, 소득공제 장기펀드(소장펀드) 35만원, 세개의 장기저축보험에 20만원 등 총 90만원을 저축하고 있다. 하지만 소득이 많다는 생각에 지출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잦은 외식과 소비로 사용하는 지출과 문화생활비로 200만원을 넘게 사용했다.

게다가 Y씨는 아이가 생기면서 내집마련을 결정했다. 전셋집을 돌며 매번 이사를 하는 것보다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장만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Y씨는 경기도 인근에 2억9000만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했다. 전세금으로 1억1000만원을 충당하고 나머지 1억8000만원가량은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다. 계약금과 주택수리비는 예비자금 1000만원과 부모님께 받은 2000만원을 활용했다. Y씨는 효율적인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위한 재무설계에 들어갔다.

서울살이의 설움

우선 고정 지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보험료를 살펴봐야 한다. Y씨가 내고 있는 보험료는 한달에 65만원이다. 이는 3인 가구가 유지하기엔 많은 금액이다. 이에 따라 실손 보험 등 반드시 필요한 보험을 제외하고 보험을 정리해 한달 보험료를 29만원으로 낮췄다. 그리고 중도 환급금을 활용해 주택담보대출금액을 1억8000만원에서 1억6200만원으로 축소했다. 이와 함께 불필요한 생활비 항목을 확인해 200만원이 넘었던 생활비를 130만원으로 감소시켰다. Y씨는 줄어든 생활비와 고정 지출을 활용해 월 90만원을 주택담보대출금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고정지출을 살펴봤다면 비소비성 지출, 저축에 사용하고 있는 자금도 점검해야 한다.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저축비용을 살펴볼 때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것은 교육비와 노후생활비다. 이는 멀지 않은 미래에 반드시 발생하는 지출이기 때문이다. 단기ㆍ장기 자금을 구분해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우선 Y씨가 단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운용하고 있는 정기적금은 적합하지 않다. 금리가 낮은데다 중도 인출을 통한 자금 활용이 어려워서다. 이에 따라 만기 얼마 남지 않은 적금은 유지하면서 CMA(종합자산계좌관리) 통장을 이용해 단기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조정했다.

주택을 구입한 시점에서 이자가 낮은 주택청약을 유지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투자부동산을 활용한 재테크 기회를 생각해 금액을 2만원으로 줄여 계속해서 유지하게 했다. 소장펀드의 금액도 줄일 필요가 있다. 주택담보대출로 인해 공제를 받을 수 있어서다. 여기서 알아야 할 점은 소장펀드의 납입 금액을 낮출 경우 중도부분해지가 된다는 점이다. 만약 5년 이내 부분해지를 할 경우 납입액의 2.2%를 해지 가산세로 납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장기저축보험이다. 이 상품은 20년이라는 긴 시간을 유지해야 하는 상품이다. 문제는 갑작스럽게 목돈이 필요하거나 자녀 교육비 증가 등으로 고정지출이 증가하면 유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시중은행이자보다 높은 금리를 복리로 적용받을 수 있어 충분한 매력이 있다. 이에 장기저축보험을 무조건 해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품 중 만기까지 남은 시간이 가장 짧은 상품을 유지하는 것을 추천했다. 나중에 목돈이 되면 자녀의 대학교 학자금이나 대출 중도 상환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장기 재무계획 살펴야

내집마련 이후 재무설계를 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가계재무의 중심이 대출 상환에 쏠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내집마련을 위한 20년의 대출상환 기간은 긴 싸움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너무 무리한 상환플랜은 다른 목적자금 부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자녀의 교육자금과 노후자금도 고려하면서 대출 상환플랜을 짜야 한다는 얘기다.
천세이 한국경제교육원 책임연구원 Sayi_8901@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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