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왜 흔들리나

2007년, 애플은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시장을 흔들었다. 아이폰 특유의 편리한 사용 환경과 기술은 다른 제조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스마트폰 붐을 일으켰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신제품의 반응은 미적지근하고, 회사 매출은 역성장했다. 대체 아이폰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 애플은 13년만에 전년동기 대비 분기 실적이 하락했다.[사진=뉴시스]

“과거에는 아이폰 시리즈가 출시될 때마다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물량을 최대한 확보해 놓아야 했거든요. 그런데 요즘 분위기는 다르네요. 지난해 나온 아이폰6S 판매량도 심상치 않았습니다. 얼마 전 나온 아이폰SE를 문의하는 고객도 잠잠합니다. 내놓기만 하면 불티나게 팔리던 아이폰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네요.” 한 휴대전화 판매점 사장이 밝힌 ‘요즘 아이폰’에 대한 소회다.

실제로 아이폰 시리즈의 최신작인 아이폰SE가 나온 지난 10일. 서울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길게 늘어선 구매 행렬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애플 기기 판매점인 프리스비나 아이폰SE를 정식 출시한 이동통신3사의 직영점에서도 ‘신제품’에 주목하는 고객은 없었다. 더군다나 이 제품은 그 동안 프리미엄 스마트폰 공략에 주력했던 애플이 야심차게 내놓은 보급형 제품이다. 성장하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음에도 정작 소비자의 반응은 무덤덤했다는 얘기다.

아이폰의 위기는 비단 신제품 반응에서만 나타는 게 아니다. 애플은 2016년 2분기 매출 505억5700만 달러(약 58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8% 감소한 수치다. 또한 13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기준 마이너스 성장 기록이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애플은 3분기 매출 전망을 410억~430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17% 낮춰 제시했다. 이는 모두 아이폰이 생각만큼 팔리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애플 수익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율은 70%에 달하기 때문이다. 대체 아이폰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아이폰은 IT기술 혁신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다. 초창기 스마트폰은 휴대가 가능한 컴퓨터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작동 방법이나 사용 방식도 불편해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2007년 애플이 자체적으로 만든 운영체제(OS)와 최적화된 성능을 적용한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아이폰의 기술은 그야말로 혁신이었다.

먼저 기존의 감압식 스크린보다 터치감을 대폭 향상시킨 정전식 터치스크린을 채택했다. 여기에 ‘핀치 투 줌’(두 손가락으로 벌리는 제스처)을 통해 화면을 확대, 축소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은 글로벌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했다. 또한 독자적인 온라인 마켓을 통해 애플리케이션(앱)의 제작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날 수 있게 하는 콘텐트 생태계를 조성하면서 아이폰의 열광적인 지지자를 만들어냈다. 이는 애플이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 배경이다.

신제품에도 혁신은 없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출시된 아이폰6S부터는 ‘혁신’이란 단어가 사라졌다. 무엇보다 전작과 차별화가 없었다. 3D터치를 도입했지만 소비자를 확 끌어당길 정도로 뛰어난 성능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4월 21일(현지시간) 열린 신제품 발표회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애플이 공개한 2종의 제품(아이폰SE, 아이패드 프로)은 기존 아이폰 6S와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 태블릿의 소형화 버전에 불과했다. 아이패드 프로의 경우 미미한 카메라 성능 개선이 있었을 뿐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꺾인 점도 아이폰의 발목을 잡고 있다. 북미를 포함해 유럽, 일본, 한국 등 성숙 시장에서 이용자들의 스마트폰 사용 기간이 길어졌다. 덩달아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의 교체 수요도 줄었다.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중심이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으로 옮겨가고 있긴 하지만 이는 중저가 보급형 제품이 득세하는 시장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아이폰에게는 버거울 수 밖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애플은 중저가 라인업을 늘리고 있지만 업계는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애플이 2년 전 출시한 아이폰C 때문이다. 이 제품은 가격을 내리기 위해 플라스틱 재질을 이용했다.

사양도 대폭 낮추고 ‘저가’ 정책에 집중했지만 제품의 질은 낮고 가격은 높다는 평가를 받으며 저조한 실적을 냈다. 아이폰SE 역시 벌써부터 불편한 논란에 휩싸였다. 499달러(약 57만9000원)라는 가격 때문이다. 아이폰 기준으로는 저렴한 가격일지 몰라도 다른 제조사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고가에 속한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4인치 화면에 대한 수요가 많을지를 두고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5인치 이상 제품이 주를 이룬다. 업계는 이미 5인치 이상 대화면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작은 화면에 적응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중저가 라인업 확대했지만…

IT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동영상 소비가 늘고 있는 만큼 작은 화면의 아이폰SE를 선호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아이폰7이 새로운 혁신 기술을 내놓지 못하면 애플의 고공성장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시장 둔화 속에서도 나홀로 성장을 거듭해왔던 아이폰. 앞으로도 예상 가능한 변화만을 선보인다면 아이폰이라 하더라도 지속 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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