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갤러리 | 금사홍 화가


요즘은 자연을 대상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없다. 예전에는 봄, 가을이면 소풍을 가거나 사생대회를 연다는 이유로 고궁이나 야외공원에서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보는 이들도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곤 했다. 그러나 요즘은 자연을 관찰하고 즐기기보다는 하나의 과제처럼 여겨지는 듯하다. 잘된 작품을 컴퓨터로 미리 확인하고 결과에만 집착한다.

그림을 지망하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자연을 대상하기보다는 소묘나 정물화로 이어진다. 마치 생명감 없는 경직된 사물만을 답습한다. 그나마 남은 미술시간마저도 대학입시라는 미명하에 사라질 위기다. 세계는 도시화되고 자연은 우리로부터 점점 멀어져가는 느낌이다.

현대미술의 흐름으로 볼 때 자연을 대상으로 삼는 화가가 그리 많지 않은 가운데 금사홍 화가는 자연으로부터의 설렘을 아직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는 자연을 만끽하고 사유하며 그린다. 둔박한 필체와 강렬한 색채, 반복된 붓놀림으로 표현된 작품은 단순화된 추상화처럼 느껴진다.

1987년부터 경기도 광릉에 터전을 잡은 금사홍은 물소리가 들리는 숲 속에서 마치 자신이 자연인인 것처럼 더불어 산다. 캔버스에 담긴 그의 붓놀림은 중후한 마티에르와 함께 자유롭다. 마치 야수파화가 조르주 루오의 붓 터치처럼 힘찬 울림이 있다. “나의 작품의 소재들은 물의 순환이다. 아침에 광릉 숲이나 호수를 찾는다. 그곳에서 물에 비친 풍경을 본다. 물에 비친 그림자는 어둡지 않고 밝게 보인다. 물의 비친 이미지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지만 바람에 흔들려 비친 풍경은 바래진다.”  -작가노트-

호숫가에 고인 물은 작은 바람에도 일렁인다. 일렁임은 붓끝에도 있다. 반복되는 출렁임과 반복되는 붓질을 통해 작가는 사유의 시간을 즐긴다. 작가는 자연을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자연을 재현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그리는 과정 속에 생명감 있는 자연을 그리고자 할 뿐이다. 물로 표현된 화가의 작업들은 소재나 대상에 있어 큰 부담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이 도시의 풍경이든 인위적인 물체와 대조를 이루는 자연이든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물속에 묻혀 물체는 하나가 된다. 다만 색채의 변화된 구획을 찾아 대상의 실체를 감지할 수 있다. 

봄, 여름, 가을도 물에 담긴 색채의 일렁임을 보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추운 겨울에는 물의 움직임을 느낄 수 없는 모양이다. 아직 이렇다 할 작품을 찾아볼 수가 없다. 아무튼 작가는 생명감 있는 자연의 순환을 표현하고자 한다. 지금도 그는 자연과 사유하며 대화를 즐기고 있다.
김상일 바움아트갤러리 대표 webmaster@thescoop.co.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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