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연금 ‘값’ 개인연금 ‘표’ 국민연금 ‘율’

▲ 최근 노후준비를 위한 금융상품으로 주택연금이 주목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삼팔선(38세에 퇴직여부 선택),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다니면 도둑) 등 직장인의 어려움을 뜻하는 신조어가 쏟아지고 있다. 이처럼 40대 가장에게 노후준비는 먼 미래 일이 아니다. 노후준비의 대표적인 수단은 연금이다. 노후준비의 기본인 연금을 살펴봤다.

2016년을 살아가는 40대 가장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집이 없으면 집 없는 설움에 울고, 집이 있어도 대출 상환에 허리가 휘청이기 십상이다. 게다가 중학교ㆍ고등학교에 진학한 자녀가 있으면 치솟는 사교육비가 어깨를 짓누른다. 베이비부머 세대로 불리며 세금도 가장 열심히 냈지만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적다.

취업이 어려워 장성한 자녀를 계속해서 부양해야 하고 어렵게 취업에 성공해도 자녀 덕을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계속해서 들리는 기업 구조조정 등 우울한 소식에 회사를 계속해서 다닐 수 있을지도 고민이다. 정년은 코앞이지만 안정적인 노후생활은 남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곧 현실이 될 은퇴준비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40대 가장은 어떻게 노후를 준비해야 할까. 최근 노후준비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는 것은 주택연금이다. 주택연금은 만 60세 이상(부부기준)의 고령자가 소유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혹은 일정한 기간 연금방식으로 노후생활자금을 매월 지급받는 금융상품이다. 일례로 3억원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40세 가장이 주택연금을 이용해 55세부터 25년 동안 수령한다고 가정해보자. 확정기간 방식을 선택했을 때 3억원의 아파트로 받을 수 있는 연금수령액은 56만9000원이다.

하지만 이 금액은 현재 화폐가치가 그대로 유지됐을 때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다. 화폐가치 하락분을 계산한 미래가치금액은 25만6050원에 불과하다. 3억원대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도 큰 금액을 받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주택가격이 상승한다면 연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주택연금을 생각하고 있다면 입지조건ㆍ위치 등을 면밀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연금은 노후준비에 없어서는 안 될 항목이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처음 도입된 1988년의 소득대체율은 70%에 달했다. 그 결과, 초기 가입자는 납부한 금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46%로 떨어졌다. 인구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진 탓이다. 생산 가능인구는 줄어드는데 노인인구는 증가하면서 연금 지급액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보수적인 국민연금 운영방법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이 노후준비에 필수인 건 사실이지만 국민연금만 믿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1994년 등장 이후 노후준비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개인연금의 사정도 비슷하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수령액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경험생명표’의 변화도 개인연금 수령액의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 경험생명표는 보험사가 보험료 산정의 기준이다. 보험 가입자의 사망률과 잔여수명 등을 예측해 3년에 한번씩 변경한다.

연금액의 미래가치 따져야

문제는 새 경험생명표에는 늘어나는 평균수명이 반영돼 연금수령액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같은 1000만원을 적립해도 가입 시기에 따라 누구는 100만원의 연금을 받고, 누구는 30만원의 연금을 받게 된다는 얘기다. 많은 전문가가 개인연금을 준비할거라면 빨리 준비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따라 연금 상품에 가입할 때는 경험생명표에 관한 내용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연금이라고 다 같은 연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연금이라고 명시돼 있는 상품은 연금을 수령할 때 가입 당시의 경험생명표를 적용받게 된다. 하지만 ‘종신보험’ ‘일반저축보험’ ‘변액유니버설’ 등처럼 이름에는 ‘연금’이라는 단어가 명시돼 있지 않지만 연금 기능을 가지고 있는 상품이 많다. 실제로 상품을 판매할 때도 연금 기능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여기에 적용되는 ‘경험생명표’는 연금보험의 그것과는 다르다.

대부분 연금전환 당시 시점의 경험생명표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아무리 일찍 가입했다고 하더라도 10년 혹은 20년 이후의 경험생명표를 적용받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빨리 가입하는 의미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수령할 수 있는 연금액도 예상보다 크게 적을 공산이 크다. 연금이라는 목표를 정했다면 제일 먼저 경험생명표를 확인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오늘날 40대에게 현실적인 노후준비는 무엇일까. 이제는 노후만 준비해서는 안 된다. 자녀교육과 은퇴를 묶어서 준비하는 게 현실적이다. 먼저 자녀 교육비 마련을 위한 상품 중 연금 기능이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게 좋다. 물론 가입 당시의 경험생명표가 적용되는 상품을 찾는 것이 최우선이다.

여기에 자녀의 대학등록금, 이사, 결혼 등의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인출이 가능해야 한다. 줄어든 납입액은 퇴직금이나 부동산 처분 등으로 발생한 목돈을 추가 납입해 채우고 연금으로 돌려써야 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변액유니버설 가운데 이런 기능을 가진 상품이 있으니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나 비상사태에 대비한 예비사업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자녀교육자금, 은퇴, 주택마련 등의 자금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연금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5~10년 등 보수적인 상품보다는 투자가 되는 수익형 상품을 활용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꺼번에 많은 소득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수입의 일부분을 자유입출금 통장에 쌓아 둘 필요가 있다. 목돈을 마련해 뒀다가 수익형 상품의 수익률이 극대화되는 시점에 맞춰 추가납입을 활용하면 성공적으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

“생명경험표 적용시기 잘 살펴라”

한가지 팁을 더 주자면, 최근 3년간의 지출과 소득내역을 정산해 평균치를 작성해 두는 게 좋다. 월 소득의 초과분과 부족분을 그때그때 파악하면 지출과 저축을 유동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처럼 노후준비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하지만 한가지 방법에만 의존해 노후를 준비해서는 안 된다. 노후는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지금 얼마를 받느냐보다 미래에 받게 되는 연금액이 얼마의 가치를 갖는지 살펴봐야 한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수석연구원 crimsonnunn@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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