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교육제도 뭐가 다르기에…

▲ 1968년 프랑스 청년들이 주도한 68혁명은 당시 부조리한 사회문제를 변혁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프랑스가 노동법 개혁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 청년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동법 문제로 골치가 아픈 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문제에 의견을 개진하는 청년은 드물다. 두 나라의 청년이 이처럼 다른 이유는 뭘까. 더스쿠프(The SCOOP)는 교육에서 그 원인을 찾아봤다.

프랑스에서 노동법 개혁 반대 시위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벌써 3개월째다.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건 기업의 근로자와 구직자, 대학생뿐만이 아니다. 100여곳 넘는 고등학교(리세)가 휴교를 할 정도로 고등학생들의 참여도도 높다. 학생부터 근로자까지 노동법 개혁안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프랑스의 청년들이 사회 변혁을 위해 들불처럼 일어서거나 부당한 개악을 반대하고 나선 것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비슷한 일은 이전에도 많았다. 1968년에 일어난 68혁명(5월 혁명)은 대표적 사례다. 당시 프랑스 청년들은 부당한 권력에 맞서 당면한 사회문제와 보수적 질서를 바로잡을 것을 요구했다. 청년들이 일으킨 물결은 이웃나라에 퍼져나갈 정도로 영향력이 대단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청년층은 ‘혁신과 개혁의 주체’였다. 1970~1980년대 청년층은 받아들여지든 그렇지 않든 당당히 목소리를 냈다. 노동운동의 중심에도 청년이 있었다. 하지만 2016년 대한민국엔 이런 청년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청년실업, 불황 등을 그 이유로 꼽는다. 하지만 프랑스 역시 청년실업,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프랑스의 청년들은 제 목소리를 내는데, 우리 청년들은 입을 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상의하달식 교육시스템 때문은 아닐까.

먼저 프랑스의 교육제도가 우리나라와 무엇이 다른지 살펴보자. 우선 프랑스의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자신의 진로와 미래를 주체적,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한다. 우리나라 학생들과는 달리 모든 학생이 대학 진학에 목을 매지도 않는다. 프랑스의 대학 진학률은 우리나라(70.8%ㆍ통계청 기준)의 절반 수준인 평균 30~40%에 불과하다. 대학을 선택하지 않은 프랑스 학생들은 기술전문학교 등으로 간다. 

발언의 자유부터 배워

대학시스템도 다르다. 프랑스의 대표적 교육제도인 ‘바칼로레아’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치르는 시험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한다. 하지만 바칼로레아는 대학을 ‘서열화’하지 않는다. 바칼로레아를 통과하면 점수에 상관없이 가고 싶은 대학교를 선택해서 갈 수 있다. 게다가 정부의 재정지원 하에 등록금은 평균 300유로(약 40만원)에 불과하다. 부모의 소득에 따라 교육의 질質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참고 : 프랑스의 특수 교육기관인 그랑제꼴은 다르다. 입학 시 점수가 중요하고 서열도 존재한다. 하지만 일반 대학교는 점수에 따라 서열화되지 않는다.]

프랑스 교육의 또 다른 특징은 ‘자유로운 발언권의 보장’이다. 윤지관 한국대학학회 회장은 “프랑스는 학생들을 학교의 일원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발언권을 보장하고 의견을 충분히 수용한다”면서 “학교 측과 교수의 말을 맹목적으로 따라야 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맘껏 내는 교육을 받았으니, 사회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것이 자연스러운 거라는 얘기다. 주목할 점은 학생의 권리를 존중하는 프랑스의 교육시스템이 1968년 68혁명 이후 자리를 잡았다는 점이다. 청년의 목소리로 변혁을 이끌어낸 역사적 경험이 지금 목소리의 배경이라는 얘기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입시 중심 교육제도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윤 교수는 “일류대에 가려면 체제에 순응해야 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주장을 펼치기가 어렵다”면서 “그러다보니 대학에 와서도 학생들은 사회문제보다는 경쟁에 쫓기기 바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학의 학생조직은 발언권을 보장받지 못해 힘을 쓰지 못한다”며 “그 때문에 지지력이 부족하고 역할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학비 부담으로 사회문제에 신경 쓸 틈도 없이 남는 시간을 아르바이트를 하며 보내야 한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입 틀어막는 우리 교육

이번 프랑스 시위에서 눈길을 끈 것은 또 있다. 바로 밤샘시위 문화다. 시위에 나선 청년들은 2분간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 말에 ‘동의한다’ ‘안한다’ 등의 반응을 수신호로 표시했다. 시위도 건전하고 생산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목이다.

이런 시위문화도 결국 교육방침에서 자연히 터득한 것일 거란 분석이다. 철학과 토론을 즐기는 프랑스의 교육방침 말이다. 바칼로레아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도 철학문제 때문이다. 프랑스 시민은 그해 출제된 철학 문제로 토론회를 열 정도로 철학과 토론을 사랑한다. 프랑스의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배경이 프랑스의 교육제도에 있다는 얘기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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