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공장 빛과 그림자

우리나라는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한다. 글로벌 경쟁력도 세계 5위로 상위권이다. 그러나 최근 개발도상국들의 추격에 우리나라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갈수록 하락하는 노동생산성이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스마트공장’에서 답을 찾으라고 주문한다.

▲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한 중소기업들의 생산량은 이전보다 25% 이상 향상됐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 제조업에 ‘빨간불’이 켜진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 딜로이트는 2020년 한국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지금보다 한단계 떨어진 세계 6위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런 제조업의 위기가 노동생산성의 하락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제조업의 물적 노동생산성지수(한국생산성본부)는 2011년 이후 4년 연속 하락세다.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의 평균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중도 높다. 무려 82.5%에 이른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톰슨로이터가 한국・미국・독일・일본 등 10개국 9427개 상장 제조업체의 실적 등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영업이익률은 꼴찌다.

하지만 노동생산성 지수는 쉽게 끌어올릴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흥미롭게도 그 답은 선진국에서 찾을 수 있다. 독일・미국・일본은 제조업을 강화하고 개도국을 따돌리기 위해 각자 살 길을 찾고 있다. ‘스마트공장’을 통해서다. 스마트 공장이란 발주・생산・출하의 각 공정에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등 주요 ICT 기술들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독일의 지멘스는 이 프로젝트를 도입하고 100만개 중 12개 불량이라는 세계 최고의 수율을 얻게 됐다.

우리나라도 민관기업이 함께 스마트공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3년간 1200여개의 중소기업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스마트공장으로 탈바꿈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하면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한 중소기업들의 생산량은 전보다 25% 이상 향상됐다. 하지만 이를 환영하는 중소기업과 달리 생산직에 종사하는 이들에게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마트 공장을 통해 생산력이 개선되면 인력 구조조정이 수반될 공산이 클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로 세라믹 등을 가공・생산처리 하는 에이엔텍은 지난해 스마트공장으로 변신을 꾀하며 직원들과 마찰을 겪었다. 이전에는 기계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양과 불량률을 관리자가 직접 기록하고 나중에 컴퓨터에 재입력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공장이 스마트화되면 기계에 설치된 프로그램이 이를 자동으로 기록하게 되기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서 성과가 낮은 이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라는 불안감이 조성된 것이다. 김길수 에이엔텍 차장은 “회사가 직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지금은 매출이 늘어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김범수 산자부 스마트공장 팀장은 “스마트공장 전환에는 4단계가 있는데 설비 고도화는 금전적 문제로 중소기업이 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면서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스마트공장은 생산성 향상에 목적을 둔 중간 2단계, 솔루션 지원을 주로 하고 있어 오히려 데이터를 관리할 추가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공장에도 ‘인력 소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관점일 수도 있다. 스마트공장이 본격적으로 돌아가면 아무래도 노동자가 필요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자동화로 생산성은 훌쩍 늘지 모르지만 노동자는 난감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스마트공장의 빛과 그림자다.
강다은 더스쿠프 기자 eundak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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