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같이읽다

프로 골퍼들의 놀라운 샷을 본 당신. 혹시 비슷한 상황에서 ‘나도 할 수 있어’라면서 똑같은 샷을 시도한 적이 있는가. 하지만 이런 샷의 성공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그 샷이 내 몸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익숙하지 않은 샷을 한다는 것은 ‘내가 이 홀에서 타수를 잃겠다는 것’과 같다.

모든 스포츠에는 요행이 없다. 다시 말해 요행과 기적은 내 것이 아니라는 거다. 필자도 이런 경우를 종종 본다. 오늘은 자신의 한계를 벗어난, 죽을 노력을 다해도 절대 성공시킬 수 없는 샷을 시도하는 아마추어 골퍼 이야기를 해보자.

아무리 힘껏 드라이버를 때려도 280야드밖에 나가지 않는 남자가 있다. 그런데 비교적 짧은 330야드 파4에서 원온을 시도하기도 한다. 때론 잘 맞아도 200야드 나가는 여학생이 해저드 넘어 210야드 캐리 온(carry onㆍ건너 넘기다)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필자는 이런 모든 시도가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을 본적이 없다. 좌우 OB(OBㆍout of bounce)나 해저드 속에 빠지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또 다른 학생은 중고연맹 시합을 하면서 그린 왼쪽에 핀이 꽂혀 있다는 이유로 연습 때도 시도해 보지 않은 드로샷을 시도하기도 한다. 결과는 참혹했다. 왼쪽으로 심한 훅이나 그만 OB가 났다. 결국 그 홀에서 4오버를 기록해 입상하는 데 실패했다. 그뿐만 아니다. 그린이 보이지 않는 오른쪽 도그렉(Dog Legㆍ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구부러져 있는 홀) 히든 홀에서 자기 키보다 훨씬 높은 나무를 넘겨 그린을 공략하려는 샷을 시도하는 학생도 있었다. 결과는 단 한번도 성공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이유가 뭘까. 해보지 않은 탓에 내 몸이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간혹 타이거 우즈나 애니카 소렌스탐의 놀라운 샷을 보고 ‘나도 할 수 있어’라면서 비슷한 상황에서 그들처럼 샷을 시도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용감한 객기나 이상적인 결과를 바라는 요행에 불과하다. 세계 최고의 여자 골퍼라 해도 라이가 아주 까다로운 곳이나 조금 긴 러프에서 해저드를 넘기는 220야드 샷을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학생 중에는 조금도 주저함 없이 그런 샷을 시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볼이 해저드에 빠지면 심지어 화를 내기도 한다. 클럽으로 땅을 내리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필자는 말한다. “네가 친 그 샷은 성공 확률 제로였다”고. 그리고 “오기로 선택한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넌 우승을 절대 할 수 없다”고 조언한다.

필드에서 내가 익숙하지 않은 샷을 한다는 것은 ‘내가 이 홀에서 타수를 잃겠다는 것’과 같다. 이 단순한 이야기를 왜 모를까. 샷을 시도하기 전에 자신에게 물어보라. ‘내가 이 샷을 몇 번이나 쳐보았지.’ 답이 ‘한두번 쳐보았음’이라면 샷을 철회하는 것이 옳다. 설령 한두번 연습할 때의 샷 느낌으로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호하게 답은 No다.

골프의 전설 벤 호건은 “100번 이상 연습하지 않은 샷은 절대 필드에서 사용하지 말라”는 충고를 남겼다. 타이거 우즈도 승리를 위해 메이저 대회(US오픈ㆍ마스터스ㆍ디오픈ㆍPGA챔피언십)에서 딱 한번 필요한 경우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몇달 동안 한 가지 샷을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걸로 유명하다.

평소에 잘 맞던 샷조차 마음먹은 대로 연출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해보지도 않은 샷을 어려운 상황임에도 시도하려는 의도는 뭘까. 현명한 결정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 알 것이다. 거듭 강조하는 말이다. “내 몸에 그 샷의 기억은 없다.”
김용효 스마트KU골프 본부장 webmaster@thescoop.co.kr | 더스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