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멘토링(39) 김수영 작가 편

김수영(35) 작가는 중학교 시절 문제아였다. 자퇴 후 실업계 고교, 연세대 영문과를 거쳐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던 그는 25세에 자신의 몸에서 암세포가 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서 그는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들을 적었다. 마침내 73가지 꿈 리스트를 들고 런던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누구도 나의 삶을 대신 살 수는 없다”고 말했다.

▲ 김수영 작가는 “인생은 모 아니면 도가 아니다”고 조언했다.[사진=지정훈 기자]
Q 멘티가 멘토에게

꿈을 이루기 위해 대체 언제까지 도전해야 하나요? 때로는 현실과 타협하고 포기하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지 않나요? 그런데 언제 포기해야 하나요?

A 멘토가 멘티에게

저도 아직 젊지만, 저는 젊어서 삽질(헛된 일을 하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을 많이 하고 실패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직장도 다녀보고, 창업도 해 보고, 프리랜서도 해 보는 거예요. 세계일주를 하는 여행작가가 꿈인데 현실의 벽에 부닥쳐 이루지 못했다고 하면서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막상 세계일주를 하고 나면 지금 내 일이 적성에 맞는구나, 참 감사하다고 할지도 몰라요. 어쩌면 사업가로 성공할 사람이 실패할까 봐 두려워 용기를 못 내고 있는지도 모르죠.

인생은 ‘모 아니면 도’가 아닙니다. 모든 꿈을 장래 직업과 연결할 필요도 없어요. 직업적 꿈만 꿈이 아니라는 거죠. 반드시 꿈을 펼쳐서 먹고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 세계에서 넘버원이 돼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선택지가 별로 없고 모 아니면 도 식 접근을 하는 거예요.

인도에서 볼리우드(연간 1000편 이상의 영화를 제작하는 인도의 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 영화에 출연한 적 있습니다. 영화에 대해 알고 싶었고 출연 그 자체가 목적이었죠. 주인공 나아가 톱스타가 되고 싶었다면 아마 10년 어쩌면 30년이 걸려도 꿈을 못 이뤘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 많이 배운 것 그 특별한 경험에 만족합니다.

이걸 선택하면 저걸 포기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이걸 잡으려면 저걸 내려놔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하고 싶은 걸 하면 인생이 재미있고 다채로워지고, 어떤 의미에서는 풍요로워진다고 할 수 있죠.

가수가 꿈이라고 치죠. 20대에 가수가 못 돼 취직하면 현실과의 타협이라고 생각하나요? 직업적 가수가 못 돼도 직장 다니면서 동네 라이브 카페에서 공연을 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노래를 하는 거예요.

노래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지난해 제가 가사를 쓴 노래를 만들어 취입을 했어요. 노래를 하는 게 꿈이었지 ‘가요톱10’ 나가 1등 하는 게 꿈이 아니었거든요. 제가 많은 꿈을 이룬 건 즐거운 아마추어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일주를 하고 무슨 예술적 성취를 해야 꿈을 이루는 거 아니에요.

자신의 생업을 우습게 알아서는 안 됩니다. 먹고사는 문제, 하루하루의 일상만큼 중요한 건 없어요.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도 있고요. 원하는 건 취미생활로 할 수도 있어요. 좋아하는 것도 일이 되면 괴로워질 수 있죠. 직업과 꿈이 분리되면 더 자유롭게 시도해 볼 수 있어요. 꿈을 바라보기만 하고 시도할 용기를 못 내면 후회와 미련이 남아요. 

여행작가가 꿈인데 부모는 공무원 시험을 보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죠. 막노동을 해서라도 자기가 벌어 여행하면 돼요. 책 내는 것도 할 수 있어요. 꿈을 이루는 것보다 중요한 건 먹고사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겁니다. 부모에 의존해 꿈을 이루려 들면 안 돼요. 물론 좋아하고, 잘하고, 더욱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게 이상적이죠. 이 중 한 가지라도 해당하면 해야죠.

꿈을 이루는 것보다 중요한 건 행복해지는 겁니다. 그러려면 내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해요. 경제적ㆍ정서적으로 독립해야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 스스로 두 발로 설 수 있죠. 궁극적으로 내 마음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내 마음의 주인이 된다면 굳이 무슨 도전을 할 필요도 없어요.

무엇보다 성공 못하고 목표를 못 이룬다고 루저 되는 거 아닙니다. 찌질이도 아니고요. 실패에 이르는 과정에서 얻는 게 많기 때문이죠. 값진 삶의 경험, 지혜, 통찰력, 인맥 같은 것들이죠. 이런 걸 얻는다면 나름대로 위너죠. 어떤 도전이든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게 있게 마련이에요. 이렇게 볼 때 저는 인생에서 실패란 없다고 봅니다. 다양한 경험이 있을 뿐이죠.

도전이 두려우면 시나리오를 여러가지 만들어 보세요. 다양한 가능성에 주목하라는 거죠. 일종의 플랜 B랄까요? 저도 회사를 그만둘 때 이런 대안적 시나리오를 만들었어요. 재취업, 영어강사, 요가강사…. 이렇게 꼽다 보니 실패하더라도 굶어죽지는 않겠더라고요.

가장 중요한 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겁니다. 결정하기 힘들면 이렇게 자문자답해 보세요. 만일 1년 후 죽는다면 난 지금 뭘 할까? 이 질문에 스스로 정직하게 답하는 겁니다. 살아 온 환경이 다른 기성세대는 여러분과 의견이 다를 수 있어요. 그럼 어때요? 어차피 나 대신 살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힘들 땐 포커스를 바꾸라

꿈이 뭔지도 모른다고요? 시도해 보지 않았다면 그럴 수 있죠. 음식도 먹어봐야 맛을 알아요. 저는 세비체라는 페루 음식을 가장 좋아합니다. 세비체를 사진이나 글로 접했을 때는 몰랐어요. ‘알바’도 많이 해 보세요. 저는 30가지쯤 해 봤습니다. 여행도, 연애도 많이 해 보세요. 누구나 그렇게 직접 몸으로 부딪쳐 세상을 알아가는 거예요. 뷔페 식당에 가서 이것 저것 조금씩 먹어 보고 입에 맞는 것을 더 먹듯이 꿈도 그렇게 찾아가면 돼요.

뭘 먹을지 결정하고 나면 그때 주방을 치우고 구체적으로 레시피를 짜는 겁니다. 액션 플랜이죠. 막상 착수하고 나면 뜻대로 안 될 때가 많아요. 그 과정에서 학습이 이루어지죠. 그렇게 자신을 알아가고 위기도 겪으면서 차츰 성장하는 겁니다. 이룬 꿈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고 또 다른 꿈을 찾아 나서게 되죠.

힘들 때 그 힘든 일에 매몰되면 더 힘들어요. 터널 안에서는 시야가 좁을 수밖에 없어요. 그럴 땐 포커스를 다른 곳으로 돌려 보세요. 내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집니다. 당연히 내가 원하는 삶에 초점을 맞춰야죠.

스스로 만든 마음의 감옥에서 벗어나세요. 대부분의 부모는 이상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리도 없죠. 원하는 대학, 꿈에 그리는 직장에 들어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마음의 감옥에서 탈옥하려면 감사해야 합니다. 감사라는 열쇠를 찾을 때 감옥 문이 열립니다.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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