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은 역사를 바꿀 수 있는가」

“나폴레옹의 키가 조금만 더 컸더라면?”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더 낮았더라면?”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좌우한 개인의 능력을 역설적으로 부각한 표현들이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 하면서도 이런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되는 건 ‘인물로 역사 읽기’만큼 흥미로운 접근법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역사학자인 마거릿 맥밀런 교수도 역사 속 개인에 초점을 둔다. 그는 「개인은 역사를 바꿀 수 있는가」에서 오만·호기심·모험심 등 개인의 특정한 성격이 어떻게 역사를 움직여 왔는지를 보여준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각 장에서 소개되는 인물의 집안배경, 성장과정, 성공과 좌절, 개인적 장단점 등을 시시콜콜하면서도 드라마틱하게 소개한다. 역사책을 소설처럼 읽는 재미를 쏠쏠하게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제1장과 제2장에서 세상에 널리 알려진 흥미로운 인물들을 대거 등장시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제1장 ‘설득과 통솔의 리더십’에선 사회적 대통합을 이룩한 시대의 리더들이 나온다. 철혈재상으로 불리며 독일의 통일을 이룬 오토 폰 비스마르크, 격동의 물결이 일었던 1920년대 캐나다 각 주州를 사회적으로 통합한 윌리엄 라이언 매켄지 킹 총리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강한 성취욕과 큰 목표를 가슴에 품은 이들은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 교훈삼을 줄 알았고, 상대와 타협할 시기를 꿰뚫는 통찰력을 지닌 전략가였다.

제2장 ‘오만과 독선의 결과’는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옛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 영국의 마거릿 대처, 미국의 우드로 윌슨을 주인공으로 다룬다. 이들은 자신이 살던 시대 분위기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합의가 아닌 명령과 힘의 논리로 자신의 의지를 세상에 관철한 이들의 결말은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히틀러는 세계 지배를 꿈꿨지만 그 꿈이 수포로 돌아가자 자살했고, 스탈린이 이룩한 소련 공산주의는 붕괴됐다.

제3장 ‘세상을 바꾼 모험심’과 제4장 ‘미지의 세상을 향한 그녀들의 호기심’에서는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미지의 세계로 뛰어든 용기 있는 인물들의 일대기를 다룬다. 저자는 그들의 삶을 통해 지금껏 알고 있던 역사의 이면을 보여주며 독자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제5장 ‘관찰과 기록의 힘’에선 개인이 남긴 1차 기록의 의미를 살펴본다. 예를 들어 유대인이던 빅토르 클렘페러가 남긴 일기를 통해 우리는 히틀러의 광기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이처럼 역사의 물줄기를 돌린 특별한 개인들을 보며 후세 사람들이 어떤 인물을 통해 지금 시대를 조명할지 상상해 보는 건 또 다른 재미다.
노미정 더스쿠프 기자 noet85@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