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모르는 남자의 노후대책

▲ 집안 공기가 편해야 인생이 행복하다. 노후를 맞은 남자가 아내를 귀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다.[사진=아이클릭아트]
부모자식 간 인연이 아무리 두텁다 해도 반세기 가까이 동거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장수시대의 부부는 길게는 60~70년을 함께 하는 파트너다. 그런데도 서로를 잘 모른다는데 문제가 있다. 일본에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가장 이상적인 남편’을 물었더니, ‘경제력’이나 ‘건강’ ‘성격’이 아니라 ‘집에 없는 남편’이라는 대답이 나왔다고 한다.

영화 ‘45년 후’를 보면 아무리 금실 좋은 부부라도 해도 남자와 여자라는 한계 때문에 서로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결혼 45주년 기념파티를 일주일 앞둔 어느 날 남편에게 외국어로 된 편지 한통이 도착한다. 결혼 전 남편의 연인이 빙하 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쓰여 있다. 그날 이후 남편은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고, 다락방에서 옛 사랑의 사진을 홀로 뒤적댄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아내가 몰랐던 연인에 대한 기억을 스스럼없이 털어놓는다.

1% 차이로 갈린 남녀

아내의 마음은 적잖이 심란하다. 아내가 45년간 알아온 남편의 모습은 진짜 남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에다가 45년간의 결혼생활 전체가 어쩌면 허구이자 연기일 것이라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결혼 45주년 파티에서 춤을 추던 아내가 갑자기 성난 얼굴로 남편의 손을 뿌리치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솔직히 필자는 주인공 아내의 돌출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미 반세기 전에 세상 떠난 연인을 추억하는 남편을 위로해주지 못할망정 그렇게 매정하게 대하느냐는 말이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본 여성들은 주인공 아내의 심리를 100% 이해한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영화의 원작소설 제목이 공교롭게도 「다른 나라에서(In another country)」다.

그래서 결국 사랑이란 시인 릴케의 말마따나 “두 개의 고독이 서로를 보호해주고, 서로의 경계를 그어놓고, 서로에게 인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의원이 지난해 6월부터 ‘배신자 논쟁’으로 등을 돌리고, 급기야 4ㆍ13 총선에까지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사실 두 사람의 생각은 오십보백보다.

서로 다른 소통방식이 엄청난 간극을 불러왔다. 유 의원은 권위에 반항하듯 공격적으로 대통령의 말을 비틀었다. 박 대통령은 여당 텃밭에서 자신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해온 측근 의원에게 극심한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여성은 ‘사실전달’ 보다는 ‘감정표현’의 수단으로 언어를 사용하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만일 유 의원이 여성 친화적인 언어로 의사표현을 했다면 큰 소동이 일지 않았을지 모른다.

남자와 여자의 유전자 코드는 99% 이상 같다. 단 1%의 차이로 남녀가 갈린다. 어려움에 빠지면 여성은 대화하고, 하소연하며 스트레스를 풀지만, 남자는 칩거를 택한다. 남에게 조언을 듣는 것조차 포기하고 문을 걸어 잠그기도 한다. 길을 잃은 것이 분명한데도 여간해서 길을 묻지 않는다. 구약시대의 모세가 40년간 광야를 헤맨 것도 따지고 보면 길을 묻지 않아서 그랬다는 오래된 농담도 있다.

머리에 갈기를 두르고 포효하는 수사자는 동물의 제왕이다. 하지만 그들의 최후는 비참하기 짝이 없다. 가족과 함께 사는 암사자와 달리 성장한 수사자들은 무리에서 떨어져 홀로 생활한다. 사냥을 하지 못하는 맹수는 이미 시체나 다름없다. 늙고 병들면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외롭게 굶어죽는다. 사자 주위에는 죽음의 냄새를 맡고 달려온 하이에나가 서성인다.

한국처럼 노년 남성의 삶이 고단한 곳은 없는 것 같다. 길어진 노후에 비해 모아둔 돈이 적어 노후파산으로 인한 걱정이 크다. 노후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이나 취미,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 그리고 연금자산이다. 물론 건강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다른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지금 이 순간, 내 옆에 있는 사람과 행복하게 지내려는 노력 아닐까.

평생 파트너를 이해하려는 노력

지구의 반은 여자이고, 부부는 남자와 여자로 이뤄져 있다. 평생 파트너인 여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노후준비의 1순위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물론 여성들도 남성의 심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집안 공기가 평화롭지 않으면 남은 인생이 괴롭기 때문이다. 남녀관계는 인류의 영원한 숙제다. “남자와 교제하지 않는 여자는 조금씩 퇴화한다. 여자와 교제하지 않는 남자는 점점 바보가 된다”는 말도 있다.
윤영걸 더스쿠프 부회장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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