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외벌이 가정 재무설계

한 가정에 아이가 탄생하는 것은 큰 축복이다. 문제는 아이가 생기면 가계경제에 ‘빨간불’이 켜지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양육비가 만만치 않은데다, 맞벌이를 포기하는 가정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외벌이 가정의 재무설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맞벌이를 포기한 박미순(가명ㆍ38)씨 가정의 예를 살펴보자.

▲ 외벌이로 자녀양육, 대출금, 생활비까지 충당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사진=아이클릭아트]

한 푼이 아쉬운 시기 맞벌이는 가계 경제에 큰 축복이다. 하지만 맞벌이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직장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떠나는 예가 비일비재하다. 물론 출산장려 정책이 활성화되고 있는 건 고무적이지만 이로 인해 맞벌이 고민이 끝나는 건 아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합친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육아와 복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설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자녀가 어려 어린이집에 맡기기 어렵거나 아이를 돌봐줄 친정이나 시댁 어른이 없는 경우엔 복직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다. 맞벌이냐 외벌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가계는 재무설계를 어떻게 해야 할까.

경력단절로 인한 외벌이를 준비하고 있는 박미순씨 가계를 통해 살펴보자. 지난해 예쁜 딸을 낳은 박씨는 출산 한달 전까지 일했다. 박씨와 남편의 월급은 각각 300만원, 275만원이었다. 아이가 생기기 전엔 생활비를 충분히 쓰고도 130만원 정도가 남았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사정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박씨가 일을 쉬면서 수입이 절반으로 줄었다. 육아휴직 수당으로 2개월 동안 급여의 40%인 120만원을 수령해 버텼지만 지출 조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활비가 부족해졌다.

박씨 가계의 생활비를 살펴보면 육아용품ㆍ외식비ㆍ기타 할부금 등 신용카드를 통해 사용하는 금액이 월 62만원이었다. 여기에 각종 세금과 생활비, 유류비, 통신비 등으로 161만원을 사용했다. 뒤에서도 언급하겠지만 이런 변동지출이 223만원인데, 이 정도 지출이라면 박씨 남편의 월급으로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

문제는 고정지출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이 월 120만원이나 들었다. ‘연금저축(30만원)’ ‘보험료(23만원)’ ‘저축보험(10만원)’‘남편용돈(36만원)’ 등 지출 요인도 적지 않았다. 한달에 사용하는 고정지출은 219만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박씨 가계는 모자란 생활비를 신용카드로 충당하면서 매달 60만원 정도의 추가 지출이 발생했다. 이를 메우기 위해 소액 저축을 하나씩 정리해 생활비로 돌렸지만 이런 상황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이 큰 부담이다. 박씨는 결혼을 하면서 소형 아파트를 장만했다. 친정과 시댁의 도움을 받았고 두 사람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아둔 돈을 모두 아파트 장만에 쏟아부었다. 그러고도 부족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8000만원을 대출 받았다. 10년 상환에 금리는 3.2%. 맞벌이를 할 때는 대출 상환비가 부담스럽지 않았지만 박씨가 일을 쉬면서 대출 상환비는 큰 압박 요인이 됐다.

지출 범위 합리적으로 정해야

물론 박씨가 다시 직장생활을 하면 가계의 재무사정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복직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아이가 매우 어려 어린이 집에 맡기기도 어려운 데다 돌봐줄 친인척도 없어서다. 우선 비정기 지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여기엔 기본 원칙이 있다. 저축과 투자 등 정기적인 지출을 제외한 비정기 지출이 소득의 70%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박씨는 부족한 생활비를 신용카드로 충당하고 있다. 신용카드로 사용하는 금액은 배우자의 유류비, 식비 등이 주를 이룬다. 이런 경우,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출은 신용카드를 활용하는 게 좋다. 세제 혜택을 위한 기타 지출은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앞서 언급했듯 박씨의 변동지출 금액은 223만원이다. 비정기 지출이 소득의 70%를 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씨의 적정 지출 범위는 약 192만원(남편 소득 275만원×70%)이다. 31만원 정도의 추가 지출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다행히 초기에 큰 지출이 이뤄지는 아기용품을 어느 정도 구매해 추가 지출은 당분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외식비와 배우자의 용돈 등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기치 못한 소비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두번째로 고정지출이 과도한지 점검해야 한다. 고정지출에서 점검할 사항은 소득 대비 부채가 30~40% 이하로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녀가 어리다면 노후 대비 저축으로 소득의 20% 정도를 모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토대로 살펴보면 박씨의 적정 대출상환 금액은 85만원(남편 소득 275만원×30%)이다. 박씨의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은 120만원으로, 적정 금액에서 35만원을 초과로 갚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대출 상환 스트레스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원금을 더 갚아나가는 형태로 상환 계획을 조정하는 게 좋다. 또한 저축성보험을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연금저축(30만원)과 남편 용돈(36만원)을 각각 10만원과 26만원으로 줄이는 게 합리적이다.

박씨가 퇴직할 경우 받게 될 퇴직금, 실업급여, 배우자의 상여금 등을 합해 일부는 생활비가 부족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예비자산으로 돌리고 나머지는 대출원금을 상환하기 위한 자금으로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약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가정이라면 이직이나 실직으로 소득이 끊겼을 때를 대비해 지출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가계 재무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정현진 한국경제교육원 책임연구원 hyun_jj0325@naver.com|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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