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구조조정, 그 후…

▲ 저축은행이 아래서 치고 올라오는 대부업체와 위에서 압박해오는 시중은행 사이에서 갈 곳을 잃고 있다.[사진=뉴시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5년. 예금보험공사는 27조원을 투입했고, 부실저축은행은 구조조정됐다. 그 결과, 저축은행은 7년 만에 흑자 전환했고 재정 건전성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고객의 따가운 시선은 여전하다. 시중은행과 대부업체 사이에서 입지가 좁아졌다는 비관적 분석도 나온다. 서민금융의 혈관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2011년 저축은행 업계가 크게 휘청였다. 저축은행의 재정 악화가 가속화하면서 전체의 3분의 1가량이 부실저축은행으로 지정됐다. 이 사태는 2011년 1월 14일 삼화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조치를 받으며 시작됐다. 이후 금융위원회는 2011년 16개, 2012년 8개, 2013년 5개,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1개 총 31개 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저축은행의 부실이 심각해진 것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된 탓이 컸다. 저축은행의 수익에 크게 기여한 PF대출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불법대출과 대주주들의 비리 의혹이 맞물리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피해는 고객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을 초과하는 예금액은 보호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예보)에 따르면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30개(자체 정상화한 대영저축은행 제외) 저축은행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예금액 3조9878억원, 예금자수 7만1308명에 달했다. 금융위원회가 본격적인 부실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나서고, 예보가 ‘상호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을 마련한 이유다. 서민금융의 핏줄인 저축은행을 빠르게 재건해 혼란을 막겠다는 거였다.

구조조정은 세가지 방식으로 진행됐다. 청산ㆍ파산, 제3자 계약이전, 가교저축은행 계약이전이다. 청산ㆍ파산은 말 그대로 회사를 정리하는 것이다. 제3자 계약이전은 우량 저축은행이나 신설 저축은행에 자산과 부채를 선택적으로 이전하는 방식이다. 가교저축은행 계약이전은 제3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예보가 가교은행을 설립한 뒤 부실기업의 계약을 이전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당국의 입장과 완화해 달라는 업계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금융위원회와 예보가 5년간 구조조정을 추진한 결과, 청산ㆍ파산한 저축은행은 한곳도 없었다. 자체 정상화한 곳은 대영저축은행뿐이었다. 제3자 계약이전된 곳은 삼화저축은행, 제일저축은행, 솔로몬저축은행 등 17개에 달했고, 가교저축은행 계약이전된 업체는 부산저축은행과 서울저축은행을 비롯해 총 13개였다. 예보에서 설립해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가교저축은행(총 8개)은 2014년 7월 3일 아프로서비스그룹에 팔린 예나래, 예신저축은행을 끝으로 모두 매각했다.

업계는 당연히 축소됐다. 상호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2010년 약 86조원에 달하던 저축은행 총 자산은 2015년 말 40조원대로 줄었다. 저축은행 업체 수는 2010년 12월 105개에서 현재 79개로 감소했다. 예ㆍ적금, 대출금도 절반가량 줄었다. 업계의 거품이 빠진 만큼 재정 건전성은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저축은행 업계는 2014~2015년 약 5008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2007년 이후 7년 만의 첫 흑자전환이다. 금융당국의 구조조정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몸집 줄고 건전성은 개선

하지만 업계의 평가는 다르다. “저축은행이 정상화됐다고 말하긴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훈 상호저축은행중앙회 공보팀장은 “저축은행의 재정 건전성이 좋아지고 7년 만에 흑자전환한 것도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대손충당금 확보와 부실채권을 파는 과정에서 다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축은행의 수익성을 확실히 확인하려면 적어도 1~2년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저축은행의 미래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현재 금융업계의 상황이 저축은행에는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대부업체는 신용대출을 무기로 몸집을 불리면서 저축은행을 위협하고 있고, 시중은행은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으며 사업범위를 넓히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까지 본격 출범하면 저축은행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게 분명하다.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저축은행에 남은 과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재정 건전성을 파악하는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묻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불신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훈 팀장은 “저축은행 사태 당시 우리의 잘못은 인정하지만 지나친 규제로 먹거리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조금만 규제를 풀어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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