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관리시스템 괜찮나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키운 건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의 부정부패만이 아니다. 정부의 부실한 관리ㆍ감독도 사태를 키운 이유 중 하나였다. 각종 규제를 섣불리 완화한 게 저축은행 사태를 부추겼다는 거다. 문제는 정부의 저축은행 관리 시스템이 여전히 허술하다는 점이다.

▲ 2011년‘저축은행 사태’의 원인 중 하나는 허술한 저축은행 관리시스템이있다.[사진=뉴시스]

2011년 1월 14일 삼화저축은행의 영업정지가 ‘저축은행 사태’의 시작을 알렸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한달 뒤인 2월 부산저축은행을 시작으로 대전ㆍ부산2ㆍ중앙부산ㆍ전주ㆍ보해ㆍ도민저축은행 등 8개의 저축은행이 줄줄이 문을 닫으며 저축은행 사태가 시작됐다. 원인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있었다. 저축은행이 부동산 PF대출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2003년이다. 소액신용대출을 늘리던 저축은행에 금융당국이 건전성 강화 조치를 내리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았는데, 그게 바로 PF였다.

▲ 저축은행에 진출한 대부업체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때마침 주택경기가 살아나면서 저축은행의 PF대출은 활기를 띠었다. 여기에 저축은행을 옥죄던 규제까지 줄줄이 풀리면서 저축은행 업계엔 신바람이 돌았다. 대표적인 규제완화정책이 저축은행간 인수허용이다. 2006년에는 대형ㆍ우량저축은행(BIS 비율 8% 이상, 고정이하여신비율 8% 이하ㆍ88클럽)의 동일인 여신한도 규제를 기존 80억원(법인)에서 자기자본의 20%로 완화했다. 이런 규제 완화는 다시 PF대출에 영향을 미쳤고, 저축은행 업계엔 버블이 끼었다. 김상조 한성대(무역학) 교수는 “저축은행의 규제 완화가 부실의 근본 배경이 됐다”고 꼬집었다.

거품은 무섭다. 꺼지는 순간 시장은 붕괴된다. 저축은행도 그랬다. 2011년 거품이 꺼지면서 저축은행 사태가 터졌다. 2011년 3월 정부는 부랴부랴 ‘저축은행 경영건전화를 위한 감독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상호저축은행법ㆍ시행령ㆍ감독규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저축은행을 옥죄었다. 주요 내용은 ‘대주주의 직접검사제 도입’ ‘여신규제 강화’ ‘계열저축은행의 연결 감독 강화’ ‘후순위채 광고 규제’ ‘우량저축은행 여신한도 우대조치를 폐지’ 등이었다.

허술한 관리가 부른 사태

저축은행은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계속된 영업정지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저축은행 수는 2010년 105개에서 지난해 79개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총예수금은 76조8000억원에서 절반 가까이 줄어든 35조2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대출액 규모는 64조6250억원에서 35조5800억원으로 감소했다.익명을 원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도 저축은행 사태를 키우는 데 일조한 건 사실”이라며 “정부의 허술한 관리ㆍ감독과 저축은행의 도덕적해이가 피해를 키웠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현재 저축은행의 관리시스템이 괜찮으냐는 거다. 무엇보다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한 게 리스크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정부는 2013년 10월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가이드라인’을 통해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진출의 물꼬를 터줬다. 시장은 더 이상 넘길 곳이 없는 가교저축은행(부실계약을 이전 받은 예금보험공사가 한시적으로 운영한 은행)을 처분하기 위해 대부업체로 눈을 돌린 것으로 봤다. 정부는 가교저축은행을 털면서 부채를 해결하고, 대부업체는 어둡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털어낼 수 있다는 양자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는 것이다.

그 결과, 가교저축은행이었던 예신저축은행과 해솔저축은행은 2014년 4월 웰컴크레디라인(웰컴론)에 인수됐고 예주저축은행과 예나라저축은행은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에 넘어갔다. 웰컴크레디라인과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는 인수한 저축은행의 상호를 각각 웰컴저축은행, OK저축은행으로 바꾸고 영업을 시작했다. 시장은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진출을 우려했다. 저축은행의 부정적 이미지가 강화될 수 있고 대부업체 특유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대출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안타깝게도 이런 우려는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의 과도한 대출 광고는 벌써 규제 대상이 됐다.

대부업체에 왜 문 열어줬나

저축은행의 가계대출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이 가계에 빌려준 자금은 14조1458억원에 달했다. 전년 10조6282억원에 비해 3조5286억원, 33%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저축은행의 전체 대출 중 가계대출 비중도 39.7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비중은 2010년 13.17%에서 2014년 32.78%로 치솟았다. 이는 간신히 회복된 저축은행의 건전성을 떨어뜨리는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있다.

실제로 해운업계가 많이 위치한 부산과 경남에 있는 저축은행 12곳의 지난해 말 유동성 비율은 108.01%로 전년 129.03% 대비 20.93%포인트나 하락했다. 돈을 빌리는 사람은 늘어났지만 갚은 사람이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대출 조장 광고, 고금리 영업 등 저축은행의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서민금융으로서의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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