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떠나고 빈손만 흔드네
전기차 떠나고 빈손만 흔드네
  • 김정덕 기자
  • 호수 193
  • 승인 2016.06.03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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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전기차 시장 가상 시나리오

▲ 최근 중국도 전기차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사진=뉴시스]
2011년 시장조사 전문기업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은 이런 예측을 내놨다. “세계 전기차 대수가 2017년 200만대로 늘어날 것이다.” 파격 전망이었다. 그런데 이 전망은 다른 의미에서 빗나갔다. 2015년 전기차 대수가 240만대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성장 속도가 예상치를 훌쩍 웃돌고 있다는 얘기다. 전기차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로선 전기차 떠난 뒤 손을 흔들지도 모를 일이다.

“시장이 완전히 개화하려면 아직 멀었다. 시장의 성장 속도도 느리다. 게다가 우리는 충분히 따라갈 능력이 있다.” 수소차 개발에만 몰두하다 시장의 흐름을 놓친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은 현대차 관계자가 내놓은 답변이다. 과연 그럴까.

독일 다임러의 견해를 보자. 올해 초 독일 다임러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경영진에 이렇게 따졌다. “실리콘밸리의 공격으로 프리미엄 자동차 제작사들의 호시절이 끝날 것이다. 테슬라에 대항할 수 있는 제품이 있느냐.” 경영진은 이렇게 답했다. “1년 내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 10종을 보유할 것이다. 2019년까지 한번 충전으로 500㎞를 주행할 수 있는 순수전기차(EV)를 출시할 것이다.”

현대차와 다임러, 누구의 의견이 맞아떨어질까. 현재로선 다임러의 의견이 승기勝氣를 잡은 것 같다. 전기차 시장이 본격 개화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2030년엔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다.

2030년 노르웨이. 산유국인 이 나라는 과거 석유를 팔아 큰 이익을 남겼다. 물론 지금도 석유는 수출한다. 하지만 과거처럼 막대한 양을 뽑아내지 않는다. 수요가 확 줄면서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 내연기관에서 배터리로 옮겨간 탓이 크다. 많은 나라들이 전기차 같은 친환경자동차 보급을 늘리면서 생긴 변화라는 얘기다. 노르웨이는 전기차를 가장 적극적으로 보급해왔다. 이 때문에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3대 중 1대가 전기차다.
석유 수출 비중이 줄었다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건 아니다. 석유시추가 줄면서 주변 환경은 더 깨끗해졌다. 특히 내연기관차가 없어지고 전기차가 많아지면서 매연이 확 줄었다. 매연으로 인한 질병도 줄었다. 복지국가 노르웨이의 사회보장비용 역시 감소했다. 반대로 증가한 것도 있다. 노르웨이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고, 관광수입이 증가했다. 탄소배출권은 남아돌아 주변 국가에 판매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전기차 보급에 맞춰 화석연료를 사용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교체하기로 하면서 건설경기 붐까지 일고 있다. 특히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환경윤리 기준에 따라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산업에는 투자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다른 나라의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30년 일본.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견인한 일본은 이미 2015년에 전기충전소 개수가 주유소 개수를 앞질렀다.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 전기차 보급을 늘린 거다. 내수를 기반으로 시장을 넓히는 과정에서 기술개발은 자연스럽게 이뤄졌고, 경쟁 국가들과의 기술력 차이는 더 벌어졌다. 전기차배터리 분야에서의 입지 역시 견고해졌다. 친환경차 개발과 보급을 남보다 빠르게 진행했다는 선두주자의 이미지가 시장의 브랜드력을 높여줬기 때문이다. 일본의 전기차 대표 브랜드인 닛산과 미쓰비시는 전기차 시장에서 소위 명품으로 통한다.

전기차가 바꾸는 경제 구조

2030년 중국. 중국은 완성차 제조사가 아닌 기업에도 전기차를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해주고, 소비자에게는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내수시장을 빠르게 키웠다. 덕분에 탄소배출 규제의 최대 수혜국이 됐다. 2030년 기준 중국이 배출 전망치(BAU) 대비 줄여야 할 온실가스 감축률은 9%다. 전기차 보급정책 덕분에 되레 탄소배출권을 팔 수 있게 된 거다.

2030년 한국. 그동안 전기차를 박대했던 한국은 -28%에 달하는 BAU 대비 온실가스 감축률을 지키지 못해 해외시장에서 매년 배출권을 돈 주고 사오는 처지다.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를 생산하던 기업들은 각국의 환경규제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국가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탈도 만만찮다. 공기오염 덕에 질병발생률은 상승했고, 건강보험 지출도 늘어났다. 

어떤가. 전기차가 지금 속도로 성장하면 2030년 한국의 상황은 유쾌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물론 정부는 2020년 신차 중 친환경차 비율을 20%(34만대)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과 함께 다양한 전략을 내놨다. 하지만 과연 그 정도만으로 미래를 대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례로 전기차(PHEV 포함) 누적 보급대수를 25만대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은 다른 나라(최소 100만대)와 비교할 때 터무니없이 적은 수준이다. 노르웨이가 25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노르웨이 인구는 약 500만명에 불과하다. 인구 5000만명의 우리나라보다 훨씬 큰 목표를 잡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좀 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전기차 보급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조사기관 비웃는 성장세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11년 시장조사 전문기업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은 세계 전기차 대수가 2017년 2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보란듯이 빗나갔다. 세계 전기차 대수는 2015년에 이미 240만대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2020년 전기차 대수가 634만대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시장조사기관 IHS의 전망 역시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전기차 시장이 느릿느릿 움직이지 않아서다.

더 중요한 건 전기차가 유발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다. 전기차 보급량이 늘어나면 석유 소비량이 줄어 유가 중심의 경제 시스템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풍력ㆍ수력 등 대체에너지 시장이 더욱 주목받을 공산도 크다. 자원도 없고, 인재도 없는데, 수출까지 막히고 있는 우리나라가 전기차 시장을 적극 키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기차는 벌써 출발했다. 우리는 이제 추격전을 펼쳐야 할 때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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