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잃은 미세먼지 대책

▲ 미세먼지 불안감은 커져가는데 정부는 대책은커녕 발생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환경부가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경유값 인상안’을 내놓자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의 비판이 날카롭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박기홍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2차 생성물질을 규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미세먼지’ 문제로 세상이 시끌시끌하다. 한껏 무더워진 날씨에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늘어난 것도, 몇몇 업체가 산소캔을 출시하는 것도 미세먼지 불안감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세먼지 발생량은 얼마만큼일까.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조사ㆍ연구하는 국립환경과학원은 대기오염물질 배출원을 총 13가지로 분류했다. 에너지산업 연소, 비산업 연소, 제조업 연소, 생산공정, 에너지 수송저장, 유기용제 사용, 도로이동오염원, 비도로이동오염원, 폐기물처리, 농업, 기타 면오염원, 비산먼지, 생물성 연소 등이다.

이들 배출원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의 종류는 다양하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일산화탄소(CO), 휘발성유기화합물(VOC), 암모니아(NH3),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등을 대기오염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자료에 따르면 각각의 배출원이 유발하는 대기오염물질의 비중엔 차이가 있다.

하지만 단순 총량으로 봤을 때는 에너지산업(연소)과 제조업(연소), 도로이동오염원, 비도로이동오염원이 가장 많은 양의 대기오염물질을 일으키고 있다. 쉽게 말해, 석탄화력발전소, 제조공장, 자동차, 선박, 항공기 등이 큰 문제라는 거다. 최근 환경부가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경유값 인상안을 들고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유값을 인상하면 질소산화물 배출 주범으로 지목된 경유차의 수요가 억제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환경부는 ‘실효성 없는 세금인상 정책으로 서민만 죽이겠다는 게 아니냐’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지난 3일 인상안을 백지화했다. 다만 사실상 경유차 혜택을 없애고 에너지 가격의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며 향후 경유값이 인상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세금 인상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경유차 수요 억제 방안은 미세먼지를 줄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대체재라고 여겨지는 가솔린차가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경유차보다 질소산화물은 적을지 몰라도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배출량은 더 많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경유차 규제보다는 친환경차를 활성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미세먼지는 단기간에 줄이기 어렵다. 장기플랜을 마련하고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경유값 인상안’ 같은 근시안적 대안이 아닌 백년대계를 설계해야 한다는 거다. 그럼 우리에게 필요한 건 뭘까. 무엇보다 미세먼지의 발생원이 어디인지, 미세먼지에서 기인하는 2차 생성물질은 무엇인지 규명하는 게 첫걸음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술력으론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내기 어렵다. 박기홍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측정기술의 수준은 높지 않다”면서 “미국식 조사방법을 차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아쉽게도 이는 우리나라 조건과 맞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미세먼지에서 기인하는 2차 생성물질은 규명이 어려워 정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미세먼지 총량도 정확하지 않아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을 찾아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면, 이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친환경차(전기차) 인프라다. 하지만 우리의 전기차 활성화 정책은 역주행을 거듭하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은 지난해 1500만원에서 올해 1200만원으로 줄었고, 인프라 구축 지원금마저 감축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배출량을 규제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선 환경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일산화탄소’ 등이 다량으로 유출돼서다.

문제는 석탄화력발전소의 배출량 규제에도 정부의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까지 40년 이상된 석탄화력발전 설비 11기(이중 3기는 올해 폐쇄 예정)의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신규 석탄화력발전 설비를 20기 증설한다는 계획과 대치된다.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은 “신규 설비의 오염물질 배출량이 노후 설비보다 적을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건설이 계획된 신규 설비의 규모가 너무 큰 탓에 미세먼지 배출량은 5배 정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지언 서울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인천 영흥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는 수도권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 수도권에서 성장연료사용, 오염물질총량제 등의 규제를 내놔봤자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선 ‘에너지원 확보 차원에서 석탄화력발전소의 증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 석탄화력발전소의 규모로도 전력을 수급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윤순진 서울대(환경대학원) 교수는 “지난 2011년 대규모 정전사태 이후 발전소를 증설하고 예비전력을 과도하게 비축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당시 정전사태는 발전소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상당수의 발전 설비가 겨울철 대비 점검 중이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경유값 인상, 허술한 대책       

이런 맥락에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는 건 국가적 과제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첩경이기도 하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석탄화력발전 설비를 계속 늘리는 건 단가가 싸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이제는 경제성 외에 환경성을 추가로 고려해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규모를 갖추려면 시간이 다소 걸리기 때문에 그전까진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가 가교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현재 LNG발전소의 가동률은 20%에도 못 미친다”고 덧붙였다.

제조공장에서 뿜어내는 다수의 오염물질을 규제하는 것도 숙제다. 하지만 제조공장에 친환경 시스템을 만들 대책은 부족하고, 진척도 더디다. 안병옥 소장은 “온실가스 배출원 인벤토리(원료공정 등에 따른 온실가스 발생량을 기록하는 목록)처럼 제조업에도 미세먼지 인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는 갈수록 늘어날 게 분명하다. 산업화와 환경오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서다. 문제는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이 복잡하고 다양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미세먼지 규제 시스템’을 빠르게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경유값 인상안’ 따위로 해결할 만한 단순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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