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 환경 문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사진=뉴시스]
클린디젤이라며 부추겨서 경유차를 샀더니 하루아침에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낙인 찍혀서다. 하지만 정부가 여론의 성화에 못 이겨 총알받이로 내세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유차는 왜 마녀가 됐을까.

뿌연 하늘에 황사를 걱정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엔 맑은 하늘도 안심할 수 없다. 미세먼지 문제가 불거지고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세먼지의 주범을 색출하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 결과,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원인물질 중 하나로 질소산화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경유차에 비난의 화살이 몰리고 있다. 실제로 유럽은 경유차가 줄고 있는데 우리는 왜 증가하느냐는 지적도 많다. 정부가 경유값을 인상해 경유차 사용을 억제하겠다는 것도, 경유차를 긍정적으로 얘기하면 마녀로 몰아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세먼지 주범으로 몰린 경유차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게 있다. 전체를 보는 시야다. 경유차는 연비와 출력이 높은 반면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낮다. 트럭이나 건설장비처럼 출력이 높아야 하는 경우엔 경유가 필수적이기도 하다.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이냐는 점도 문제다. 경유차가 오염물질의 주요 배출원인 것은 맞지만 휘발유차 등에서도 배출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게다가 중국, 도로ㆍ타이어, 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양도 상당하다. 국가ㆍ지역별로 미세먼지의 원인이 다른 만큼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맞춤 처방전이 마련돼야 한다. 미세먼지의 원인부터 철저히 파악하고 난 다음에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거다. 경유차가 미세먼지 문제의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한 건 2015년 9월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사건으로 디젤 신화가 무너지면서다.

여기에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대통령의 대책마련 촉구, 질소산화물 배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겹치면서 경유차가 문제로 떠올랐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경유차가 가파르게 늘면서 고민거리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는 경제 논리에 따라 연비가 높고 연료값이 저렴한 경유차를 구매한다.

유럽은 세계 2차 대전 이후부터 경유차를 선호해왔다. 자동차 두대 가운데 한대가 경유차일 정도로 점유율이 높다. 하지만 최근 유럽 국가들은 경유차를 줄이기 위해 노후한 경유차에 규제를 강화하고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의 지속가능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2.5~3.5t의 노후한 경유 트럭은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없으면 도심지에 들어갈 수 없도록 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아울러 대국민 홍보를 통해 친환경차로의 전환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자동차는 10년 이상 사용하는 중요 자산인 만큼 확실한 친환경차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기보다는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해 장기적인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클린디젤이라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공해 자동차로 꼽혔던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전락한 것은 황당한 일이다. 규제를 강화하기에 앞서 문제점을 하나하나 설명해가며 국민을 납득시키는 일이 먼저다.
 
정책 시행 전에 원인 파악부터

경유값 인상, 환경개선부담금 부활, 조기 폐차 유도 등의 대안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차 인센티브 정책을 강화해 소비자의 구입욕구를 친환경차로 전환하겠다는 발상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37%가량 줄여야 하는 세계 7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다. 향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경유차의 위상이 언제든 변할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내놔야 하는 이유다. 자동차 환경 정책은 10~20년을 보고 일관되게 진행해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