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 부는 친환경 바람

반도체는 세척이 중요하다. 작은 이물질에도 오류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문제는 이때 폐수가 유출된다는 점이다. 그뿐이랴. 온실가스도 다량 방출된다. 하지만 최근 폐수를 효모로 중화하고, 온실가스를 촉매로 분해하는 기술이 개발돼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 전력과 용수를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 공장은 온실가스 감축과 폐수처리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사진=뉴시스]
반도체 공장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폐수는 기업들의 골칫거리다. 정부와 해외 고객사, 투자자들이 모두 환경문제에 주목하고 있어서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김태한 연구원은 “고객사나 투자자들이 기후 변화와 관련된 기업들의 탄소 절감 계획과 결과를 보고하는 ‘탄소공개 프로젝트(CDP)’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업으로선 친환경 공정에 더욱 힘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997년의 ‘교토의정서’와 지난해 ‘파리협정’으로 기후변화 문제가 글로벌 이슈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목표관리제’와 ‘배출권 거래제도’를 실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있다. 둘다 정부가 업체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하는 점은 같다. 그러나 목표관리제는 할당량을 초과하면 벌금을 내고, 배출권 거래제는 할당보다 배출량이 많거나 적을 경우 이 배출권을 다른 업체에 사고 팔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반도체 업계는 최근 사물인터넷(IoT)의 증가로 메모리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활력을 찾고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과 폐수 정화에 대한 압력은 더 커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거나 공정에서 생산되는 온실가스를 분해하는 식으로 친환경 공정에 힘쓰고 있는 이유다.

이 대열에 합류한 중소기업도 많다. 반도체 장비를 제작하는 유니셈은 온실가스를 중화하는 ‘스크러버’를 판매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나오는 가스를 펌프로 모아 ‘스크러버 하우스’로 보내 중화한다. 이 회사의 이우정 대리는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온실가스 문제에 관심이 높아 문의가 온다”면서 “이미 일본・대만에도 수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소재업체 에코프로는 반도체 공장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중 과불화탄소(PFCs) 분해 처리에 사용하는 화학촉매를 생산한다. PFCs를 분해하기 위해서는 1400도 이상의 고온이 필요하지만 화학촉매를 이용하면 750도의 저온에서도 가능하다.

장비업체들도 친환경 공정설비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폐수 처리 시 소요되는 전력을 줄이는 식이다. 화학약품이 아닌 효소를 사용하면서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처리하는 기술도 개발・판매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반도체는 작은 불순물도 불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세척이 중요하다. 이때 사용하는 과산화수소수는 폐수로 배출된다. 기존에는 망간으로 이를 정화했지만 최근엔 효소로 분해하는 방법이 주목을 끌고 있다. 효소가 과산화수소수를 물과 산소로 분해해 주기 때문이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세공정 반도체가 다양해지고 3D NAND 양산으로 반도체 소재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처리해야 하는 오염물질도 그만큼 늘어나 친환경 공정기술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다은 더스쿠프 기자 eundakan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