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다이어트

▲ 건강은 의료가 아닌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충분히 지킬 수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필자의 장인은 고지혈증 판정을 받고 약을 상시복용 중이다. 일흔여섯의 노인이지만 육체적으로 힘든 필자 회사의 일을 젊은 아르바이터 틈에 끼어 거드신다. 몸을 사리는 젊은 놈들을 비웃듯 중량 나가는 물건들을 번쩍번쩍 드는데 인간 지게차를 방불케 한다. 일이 끝나면 삼겹살에 소주 두병은 기본이다. 장모님 타박을 받지만 개의치 않고 자신의 주관대로 뻔뻔하게 사신다. 폭음이 이어져도 지각 한번 없이 젊은 친구들 틈에 앉아 일하는데, 저녁에 또 술 약속이 있는 듯 잔뜩 신이 났다. 패기 있게 일하고 주말에는 산을 타는데 그 모습을 본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몇십 년 전 청와대 까러 왔다고 말해 온 세상을 경악시킨 김신조를 보는 듯하다.”

혈기왕성한 이 늙은 오빠들도 잔뜩 기가 죽고 얌전해지는 유일한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병원이요, 기죽이는 자는 의사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호기롭게 외치던 이들도 환자들과 섞이면 그저 인생 정리가 임박한 고령자임을 깨달은 듯 얌전해진다.

신명 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어른들이 제지하듯 병원은 노인들을 자제시키고 주의를 준다. 의사가 근엄하게 내미는 진단서의 높은 수치가 아직도 신나게 놀고픈 이들을 잔뜩 기죽게 한다. 하지만 특이한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혈압 등의 수치가 높아진 것뿐이다. 그렇다면 우리 몸은 왜 나이가 들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것일까. 자연의 섭리에 맞는 명확한 이유가 있지만 현대 의학은 단순히 수치의 높낮이에 따라 정상인을 환자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사람들은 병원과 의사의 지침을 무조건 따른다. 그래서 생활습관을 바꿔 건강을 유지하자는 필자의 노력은 공염불에 그칠 뿐이다.

자! 이제 독자에게 고백할 시간이다. 필자는 더 이상 글을 쓰거나 강의를 하고 싶지 않다. 생활습관 개선을 일관성 있게 주창하는 필자의 강의를 청강자들은 즐겁게 듣지만 결국 그뿐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몸이 아프면 의사가 나를 고쳐줄 거란 믿음으로 병원을 찾는다. 건강도, 정치도 모두 포퓰리즘에 젖었고, 대중을 선도하는 자들은 자신의 영욕 외엔 관심이 없다. 그리고 자신의 인기와 입지를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자들을 향해 세상은 환호한다. 건전한 비판이 환호 속에 묻힌 그 속에서 필자는 카뮈의 이방인 같은 존재였다.

술을 끊고, 적잖은 나이에 공부하며, 우리의 건강 분야가 상업적으로 흐르는 것을 배척하려 했지만 이제 그 노력을 접고자 한다. 필자의 뜻이 옳다는 것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의로운 목소리를 높일 수 없는 현실에 패배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동안 많이 힘들고 고독했지만 끝까지 힘을 주신 독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캄캄한 새벽에 글을 쓰던 시간을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가의 고민을 남긴 채 물러간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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