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 못 받는 청춘 양산할텐가

청년은 혼자였다. 서류엔 ‘2인1조’라고 기록돼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 늘 그랬던 것처럼 서류는 위조됐고, 청년은 위험한 세상에 혼자 섰다. 5월 28일 ‘스크린도어가 고장 났다’는 신고를 받고 구의역(2호선)으로 출동한 용역수리업체 직원 김군은 아무것도 모른채 역사驛舍에 진입한 지하철과 부딪쳐 세상과 이별했다. 현장엔 책임자가 없었고, 사회엔 안전망이 없었다.

지긋지긋한 불황. 시장은 인간을 조직의 ‘부품’으로 만든다. 조직에서 언제든 ‘끼었다 뺐다’ 할 수 있으니, 인간은 참 유연하기 그지 없다. 김군처럼 ‘보호 받지 못하는 청춘’이 수백명일지, 수천명일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는걸까. 최근엔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유행이다. 이는 단기 계약직이나 임시직으로 인력을 충원하는 형태의 경제를 뜻한다. 재즈 공연장 주변에서 연주자를 섭외해 공연을 즐기는 ‘긱(Gig)’에서 유래했다. 고상한 말로 풀면 ‘노동의 유연화’ 쯤일 테고, 시쳇말로는 ‘땜빵’일 거다. 문제는 이런 유연함에 숨은 ‘비수匕首’다. 단기직이기에 잘려도 할 말 없다. 임시직이기에 사회의 보호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반면 조직은 이들을 맘놓고 부려먹다 내팽개칠 수 있다. 안전망을 잃은 노동자는 유령 취급을 받고, 조직은 또 다른 유령을 양산한다. 위험한 세상에 혼자 서있던 김군 같은 청춘은 우리 옆에 많다. 대체 어찌할 텐가.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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