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테마주 6개 주가 분석해보니…

국내 증시에 때이른 대선 테마주가 등장했다. 지난 5월 25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을 방문하자 ‘반기문 테마주’로 불리는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문제는 테마주가 개미투자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승세는 곧 제자리를 찾기 때문이다.

▲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 테마주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국내 증시에는 이렇다 할 상승 모멘텀이 없어 테마주가 더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테마주의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는다. 추세를 좇아 투자를 하면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테마주 리스크는 주식 투자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테마주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투자자는 적지 않다. “얼마를 벌었다” “주식이 몇배나 올랐다”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루머를 귓등으로 흘리기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테마주 논란이 또 일었다. 지난 5월 25일부터 30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유력한 대권후보로 떠오르면서 이른바 ‘반기문 테마주’가 들썩였다. ‘반기문 테마주’로 불린 기업은 보성파워텍·씨씨에스·차바이오텍·일야·성문전자·광림·큐캐피탈·지엔코 등 10여개가 넘는다. 대표적 기업은 전력산업 기자재를 생산하는 보성파워텍이다. 이 회사는 반 총장의 동생 반기호씨가 부회장으로 재직, 테마주의 대장으로 꼽혔다.

▲ 금융당국이‘정치 테마주’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테마주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의류·잡화 제조·판매업체 지엔코도 반 총장의 외조카가 대표라는 점에서 테마주에 포함됐다. 지난해 반 총장의 방북 추진설이 나돌았을 때 테마주로 떠오른 개성공단 입주기업 재영솔루텍은 대표가 유엔환경계획 상임위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반 총장과 지역 연고가 같다는 이유로 테마주에 편입된 기업도 있다. 종합유선방송 업체인 씨씨에스가 대표적인데, 이 회사는 반 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에 둥지를 틀고 있다.

그렇다면 ‘반기문 테마주’는 투자자들의 기대대로 상승세를 탔을까. ‘반기문 테마주’는 반 총장의 방한 계획이 처음 알려진 지난 5월 11일 이후 급등하기 시작했다. 5월 12일 9150원이던 보성파워텍의 주가는 5월 16일 1만4750원까지 상승했다. 4일 만에 61.20% 상승한 셈이다. 씨씨에스의 주가도 5월 12일 2235원에서 5월 16일 2930원으로 31.09% 올랐다.

성문전자는 5월 12일(3800원)부터 20일(7940원)까지 2배가 넘은 상승률을 찍었다. 거래가 정지됐던 기업의 주가가 폭등하는 이례적인 일도 있었다. 특장차와 유압크레인 등을 생산·판매하는 업체 광림이 대표적인 사례다. 액면분할로 4월 29일 이후 거래가 정지된 이 회사의 주가는 5400원(액면분할 전)이었다. 하지만 거래정지가 해제된 5월 18일 이후 주가가 폭등하더니, 5월 21일엔 8400원대까지 치솟았다.

반기문 테마주, 신통찮은 성적표

반 총장이 방한한 5월 25일 이후엔 그의 행보에 따라 주가가 요동쳤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반기문 테마주’는 5월 25일 제주에서 열린 포럼에서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을 했으니 기대가 있다는 것은 염두에 두겠다”면서 “내년 1월 1일 한국 사람이 되면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 가서 고민, 결심하고 필요하면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대권 도전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됐고 테마주의 재료로 사용됐다. 이는 테마주의 상승 재료로 사용됐다. 하락세로 돌아섰던 ‘반기문 테마주’가 5월 26일 반짝 상승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 총장의 방한 일정이 마무리되면서 테마주는 힘을 잃었다. ‘반기문 테마주’로 불렸던 모든 종목은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특히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였던 보성파워텍·씨씨에스·한창·일야·성문전자·휘닉스소재 등 6개 기업 중 성문전자(6월 2일 기준 5450원)를 제외한 5곳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5월 12일보다 더 하락했다.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한 기업은 스마트폰 부품업체 일야다.

이 회사의 지난 2일 종가는 8300원으로 본격적인 상승세를 탔던 5월 12일에 비해 32.52% 하락했다. 이밖에도 ‘씨씨에스(-19.46%)’ ‘보성파워텍(-5.24%)’ ‘한창(-10.94%)’ ‘휘닉스소재(-16.85%)’ 등은 하락세를 기록했고 5개 기업의 평균 하락률은 -17.0%에 달했다. 성문전자를 포함해도 5월 12일 대비 평균 -6.93% 떨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력 인사와 상장 기업의 관계자가 같은 고향, 대학 동기라는 이유로 테마주에 함께 언급되고 있다”면서 “테마주의 주가가 냄비처럼 빨리 달아올랐다가 빨리 식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꼬집었다.

테마주는 ‘속빈 강정’이다. 역대 테마주로 언급된 기업들 중 ‘치솟은 주가’가 유지된 곳은 거의 없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테마주로 꼽혔던 EG는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라는 이유로 유명해졌다. 그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2만4000원대를 기록 중이던 EG의 주가는 ‘박근혜 테마주’의 대장 격으로 불리면서 한때 7만4000원까지 폭등했다. 하지만 2012년 하반기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고 최근 주가는 9000원대 후반으로 주저앉았다. 올 3월엔 화학물질 제조업에서 도매 및 상품중개업으로 업종을 변경했지만 주가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추세매매 했다간 낭패 보기 십상

증권업계 관계자는 “테마주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길게는 3개월 짧게는 한달의 주기를 가지고 등락을 반복했다”라면서 “하지만 지난해 주가 변동폭 상향 이후 이 기간이 짧아진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반기문 테마주는 상승 후 제자리를 찾는 데 한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며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테마주의 움직임을 예상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테마주의 성행으로 이익을 챙기는 것은 일부 작전세력과 테마주에 이름을 올린 기업 관계자뿐”이라며 “테마주의 유행에 혹해 섣부른 투자에 나서는 것은 다른 사람의 배만 불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테마주를 잡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한두번의 요행으로 수익을 올릴 수는 있지만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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