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멘토링(41) 권수영 연세대 교수 편

권수영(49)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상담코칭학과 교수는 스펙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청춘들이 나를 잃어버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한 내가 되고 남도 대상화하지 말라”고 권했다. “위대해지려면 남들의 오해 받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 권수영 교수는 “자신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직장에서도 대인관계 문제를 겪는다”고 지적했다.[사진=지정훈 기자]
Q 멘티가 멘토에게

“나 자신을 오픈하는 데 서툽니다. 주변에서 무엇이든 혼자서도 잘한다고 하지만 실은 마음을 열 줄 몰라서입니다. 나 자신을 어떻게 오픈해야 하나요? 연습이 필요한가요?”

A 멘토가 멘티에게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를 남긴 로버트 프로스트는 “사람은 추측과 망상 사이에서 서성인다”고 말했습니다. 행복의 비밀은 내 안에 있는데 자기 중심을 보지 못하고 좋은 사람, 강한 사람, 뭔가 있어 보이는 사람이 되려 한다는 겁니다. 정작 필요한 건 다른 사람 눈에 괜찮은 내가 아니라 진실한 내가 되는 것인데 말이죠.

진실한 내가 되려면 진짜 내가 뭘 원하는지, 내 생각과 느낌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어요. 사람은 남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인정욕구보다 내 안의 ‘리얼’ 욕구를 충족할 때 행복합니다. 멋진 사람이 되려 들지 말고 진정한 내가 되세요.(「Don't Be Nice, Be Real」ㆍ켈리 브리슨 저)

여러분은 지금 모습 그대로 사랑받을 만합니다. 잘해야 인정받고 잘못하면 버림 받는 거 아닙니다. 남들에게 내가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봐 노심초사勞心焦思하다 보니 나 자신을 얼마나 오픈해야 할지 수위 조절이 잘 안 되는 거예요.

여러분 부모들이 자식을 조건 없이 수용하지 않은 탓도 있어요. 사실 전략적으로라도 부모가 그렇게 자녀를 양육할 필요가 있어요. 누군가에게 내가 무조건적으로 수용되는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야 남들 앞에서도 당당합니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면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느끼지 못합니다. 자신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직장에서도 대인관계 문제를 겪습니다.

“위대해진다는 건 오해를 받는 것이다.”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한 말입니다. 세상의 오해를 받은 사람 중엔 정말 큰 일을 해낸 사람이 많습니다. 정의롭지 않은 사람에게서는 환영이 아니라 핍박을 받아야 위대한 사람이죠. 때로는 미움 받을 용기, 거부당할 용기가 필요하듯이 자기 확신이 있다면 오해받을 각오를 하세요.

나로서는 확신을 갖고 벌인 일인데 누군가의 오해를 산다면 어쩌면 내가 큰일을 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누구나 내 안에 위대해질 수 있는 조건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나보다 남의 인정을 받으려 든다면 지금 위대해질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혹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오픈하면 남에게 약점을 잡힌다고 생각하나요? 숱한 자신의 약점이 드러나는 걸 두려워하기보다 몇 안 되는 강점을 발휘할 생각을 하세요. 긍정심리학을 개척한 마틴 셀리그만은 누구나 강점이 있는데 자신의 대표적인 강점 다섯가지를 알고 사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이 강점들을 잘 활용하면 행복하고 능력 있게 살 수 있다는 거죠. 

자, 지금 자신의 강점을 적어 보세요. 성공도 강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습니다. 나의 강점에 집중하고 거기 몰입해 보세요. 자신의 약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극복하려는 사람보다 자신의 강점을 알고 발휘하려는 사람이 더 행복합니다. 행복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입니다. 다행히 누구도 모든 것을 다 잘하지는 않습니다.

강점을 발휘해야 행복해

나 자신을 오픈하려면 다른 사람과 소통해야 합니다. 좋은 소통의 비결은 경청이에요. 머리로 하는 나 중심의 경청이 아니라 눈높이를 맞춰 느낌을 공유하는 상대방 중심의 경청이라야 소통이 제대로 이뤄집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할 이야기를 ‘정비’하는 건 금물이에요. 뜻과 생각을 교류하는 의사소통이 아니라 느낌과 경험을 공유하는 감정적 소통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손잡고 함께 울면 됩니다. 당연히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죠. 이때 상대방을 대상화해서는 안 됩니다. 나(I)와 너(thou)로 만나야지 나와 그것(it)의 관계로 만나선 안 돼요. 이런 만남은 정형외과 의사가 환자와 인격적으로 만나지 않고 그 환자의 아픈 뼈와 만나는 격이죠. “많이 아프고 답답하시죠?” “그래 얼마나 불안하세요?”라고 묻는 게 아니라 어디가 아프냐고 증상만 묻는 식입니다. 자동차 정비공이 고장난 부품만 교체하듯이.

그런데 이렇게 대상화하면 상대가 상처를 받습니다. 또 내가 상대를 대상화하면 나도 같은 입장에 처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물건이나 보험 상품을 팔려고 친구를 만나면 그다음부터 나도 그 친구에게서 it 취급을 받게 돼요. 나와 너의 관계를 맺으려 연습하고 노력할 때 상대방도 나를 인격적으로 대하게 마련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상대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거예요. 혼자서도 잘하고 혼자가 편하더라도 혼자 하는 건 다른 사람과의 연결에 대한 욕구와 기회를 포기하는 겁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연결돼 있어야 행복합니다.

나는 소통을 하고 싶지만 상대방이 공격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죠. 그런 공격성이 실은 그의 진짜 모습이 아닐 수도 있어요. 상대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공격으로 가장한 자기 방어인지도 모릅니다. 상대방으로서는 도저히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자존감이 바닥인 상태에서 더 이상 비참해지기 싫어서 공격성으로 최후의 방어선을 친 것일 수도 있다는 거죠.

만일 그런 약한 모습을 드러낸 거라면 그 내면의 진심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해야죠. 섣불리 상대를 판단하지 말고 건강한 만남으로 전환하는 겁니다. 우리 사회에서 폭력이 늘어나는 건 빈부격차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 모멸감과 무관치 않습니다. 사회적으로 처방전을 마련해야겠지만 개인의 차원에서 각자 자애감自愛感, 자존감을 높이려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청년들의 경우 스펙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나를 잃어버리기 시작했어요. 스펙의 가짓수가 남보다 적으면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됐습니다. 비극이죠. 우리는 저마다 우연히 생긴, 우주의 먼지 같은 존재가 아닙니다. 세상이 필요로 해 이 세상에 온 존재들이죠. 이런 생각이 우리를 당당하게 하고 행복하게 만듭니다.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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