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刹那 Slice of Life展

▲ ❶문호, Coexistence, 2015, Oil on canvas, 80.2×116.7㎝ ❷문호, The Lovers, 2015, Oil on canvas, 91.4×121.8㎝

‘찰나’라는 주제로 세 명(문호·송은영·조해영)의 작가가 다양한 시선과 사유가 담긴 자신만의 풍경을 찾아냈다. 우연히 지나면서 수집한 풍경들, 그 장소를 바라보던 찰나를 그림으로 재구성했다. 단순한 재현이 아닌 감각의 인식으로 사유한 작품들로 펼쳐지는 이번 ‘찰나(刹那)_Slice of Life展은 ‘시간’이 아닌 ‘시선’으로 변화하는 풍경을 마주하길 권한다.

문호 작가가 표현한 건 현대인의 소외감과 사람 사이의 미묘한 관계다. 작가는 주제를 부각하기 위해 픽셀화를 택했다. 직접 촬영한 이미지를 컴퓨터에서 픽셀화한 뒤 이를 다시 캔버스 위로 옮겼다. 각각의 색과 면이 어떤 새로운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다. 배경과 인물을 분리해 간극도 만들었다. 이런 간극 속에 추상과 구상의 이중성을 담아 비현실적인 공간을 표현했고, 익명의 인물들도 등장시켰다. 현대인들의 외로움과 소외감을 극대화한 것이다.

송은영 작가가 주목한 건 풍경 속 사회적 존재감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전통적인 원근법에 왜곡과 변형을 가했다. 그의 작품 속 실내 풍경은 지극히 사실적으로 표현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풍경은 서로 단절돼 있고 어긋나 있다. 공간감도 상실돼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변해 있다. 이것이 바로 원근법의 왜곡과 변형 때문이다. 전경에 가려져 있는 후경의 공간이 원근법을 이탈해 앞 사물의 영역을 침범한 거다. 작가는 이 ‘침범’을 통해 서로 다른 차원의 시공간을 표현했다.

▲ ❸송은영, 20(푸른 탁자 Blue Table), 2014, Oil on linen, 112×162㎝ ❹조해영, orange-red-cobalt, 2015, Oil on Canvas, 91.0×116.7㎝ ❺송은영, 24(타원형 거울 Oval Mirror), 2015, Oil on linen, 65×91㎝

조해영 작가의 작품은 직관과 본질을 강조한다. 작가는 오랜 시간 머문 곳이 아니라 우연히 지나치면서 수집한 풍경들로 ‘찰나’를 표현했다. 동시에 보이는 대상의 단면만을 포착했다. 생각에서 오는 시각에 대한 왜곡 없이 오로지 보이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작가는 작업 과정에서 지극히 제한된 선과 형태, 색채만 사용했다. 이것이 작가가 말하려는 통념에 갇힌 단절된 세상의 내재된 공간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캔버스 위로 드러난 풍경은 직관과 사유를 통해 대상의 본질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작품에서 순수한 직관의 힘이 잘 묻어나는 이유다.

세 명의 작가는 제각각인 일상을 함께 논의하는 동시에 내재돼 있는 모습들을 다양한 기법으로 포착했다. 그리고 작법부터 주제까지 다양하게 작업된 작품으로 관객들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어떤 담론과 개념으로 작품을 분석하고 이해하기보다 ‘본다’는 일차적인 행위를 통해 느껴지는 감수성과 이해를 나누길 작가들은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일상적인 풍경을 다채로운 시선을 통해 새롭게 돌아보고, 나를 둘러싼 관계들을 사회적 풍경으로 재해석 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제격이다. 전시는 오는 18일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에서 열린다.
노미정 더스쿠프 기자 noet85@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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