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거꾸로 보는 오페라 | 라크메

▲ ‘라크메’는 지배국가와 피지배국가 사이의 증오를 아름다운 사랑으로 승화시킨 오페라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오페라 ‘라크메’는 지배국가와 피지배국가 사이의 증오를 아름다운 사랑으로 승화시킨 이야기다. 작곡가 레오 들리브는 이 화해의 메시지에 당시 유행하던 오리엔탈리즘을 녹여 그 유명한 아리아 ‘종의 노래’를 작곡했다. 그의 작품에는 프랑스 작곡가 쥘 마스네 특유의 섬세한 감정 묘사가 묻어나고 오페레타(오페라보다 가볍고 대중적인 음악극) 작곡가로서의 명랑함이 가득하다. 1883년 4월 파리 오페라 코믹에서 막을 올린 라크메는 오늘날까지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프랑스 오페라 중 하나다. 라크메 이야기는 영국통치하의 인도에서 시작된다.

1막 = 브라만 고승인 ‘니라칸타’의 집의 정원. 그곳은 신자들 이외에는 출입할 수 없는 구역이다. 니라칸타의 딸 ‘라크메’가 아름답다는 소문을 들은 영국군 ‘제럴드’는 니라칸타 집의 정원에 몰래 들어간다. 제럴드는 정원에서 라크메를 본 뒤 그녀의 미스터리한 분위기에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긴다. 라크메도 제럴드와의 만남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제럴드는 니라칸타가 도착하자 곧바로 자리를 뜨지만 니라칸타는 제럴드가 자신의 정원에 몰래 들어온 것에 분노해 그에게 복수할 것을 다짐한다. 니라칸타가 결심한 복수의 이면에는 영국인 침략자들에게 당했던 인도인들의 고통과 증오가 담겨 있었다.

2막 = 힌두교인들의 축제가 열리는 광장. 니라칸타는 딸 라크메에게 영국군대가 있는 광장에서 노래를 부르게 한다. 라크메의 목소리에 반한 제럴드가 나타날 때 복수하기 위해서다. 이윽고 제럴드가 그녀의 노랫소리를 듣고 나타나자 라크메는 제럴드에게 위험을 알리고 은신처로 함께 도망갈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탈영병이 되기 싫었던 제럴드는 그녀의 청을 거절한다. 니라칸타는 제럴드를 발견하고 그를 칼로 찌른다.

3막 = 숲속의 천막 안. 제럴드가 눈을 뜨자 그의 곁에 라크메가 있다. 라크메는 정성껏 제럴드를 돌본다. 그렇게 두 연인은 잠시 행복한 순간을 맞는다. 멀리서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성수를 찾아가며 부르는 노래 소리가 들린다. 라크메도 성수를 뜨러 자리를 비운다. 그 사이 제럴드의 친구가 혼자 있는 제럴드를 발견하고 빨리 군대로 돌아오지 않으면 화를 당할 것이라고 알린다. 잠시 뒤 라크메가 성수를 떠서 돌아오지만 제럴드는 선뜻 마시지 못하고 망설인다. 라크메는 제럴드가 사랑과 애국심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을 눈치 채고 독풀을 뜯어 삼킨다. 제럴드가 다시 결심을 굳히고 성수를 마셨지만 이미 늦었다.

이때 니라칸타가 도착하고 껴안고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한다. 니라칸타는 분노하지만 라크메는 아버지의 손을 막으며 제럴드와 자신은 성수를 나눠 마시고 신성한 존재가 됐다고 말한다. 그녀는 신들에게 제물이 필요하다면 자신 한 사람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말하고 제럴드의 품에 안겨 죽는다.
김현정 체칠리아|성악가(소프라노) sny409@hanmail.net|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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