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서별관회의로 불거진 컨트럴타워 난맥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구제금융이 정치적으로 결정됐다고 폭로했다. 이 결정이 이뤄진 곳은 청와대 서별관회의. 이 기구가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유일호 경제부총리,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말은 또 다르다. 대체 뭔가. 정부에 컨트롤타워는 있는가 없는가.

▲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이 4조2000억원의 대우조선해양 자금지원 결정에 정치권이 개입했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지난해 10월 중순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 내용을 전달받았다. 당시 정부안에는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최대 주주 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얼마씩 돈을 부담해야 하는지도 정해져 있었다. 시장 원리가 끼어들 여지는 없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한 언론사에 쏟아낸 작심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에 유동성 지원 결정을 한 당사자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당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을 지목했다. 4조2000억원의 혈세를 부실기업에 붓는 결정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오자 재계는 술렁였다.

문제의 진원지는 청와대 ‘서별관회의’다. 이 회의는 청와대 경제수석,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 관계부처 장관이 모여 현안을 비공식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다.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책임소재가 분명하지 않아 논란의 대상이 됐다. 홍 전 회장의 폭로에 거론된 관계자가 즉각 민감한 반응을 보인 이유다.

청와대는 “특별히 언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서 선을 그었고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홍 전 회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구조조정은 손실의 분담이고, 신규자금 지원도 이 부담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조정의 문제”라며 “누군가는 해주지 않으면 합의를 신속히 이뤄낼 수 없어 그 역할을 내가 했다”고 강조했다. 홍 전 회장의 주장과 달리 충분한 의견 수렴도 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관치금융 논란에 붙은 불은 꺼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 서별관회의를 제외한 구조조정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어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에 “왜 컨트롤타워가 없냐. 관계기관 TF(금융위원장 주도의 ‘구조조정협의체’를 지칭)가 지금 작동하고 있는 기구”라고 말했다. 반면 유 부총리가 컨트롤타워라고 지목한 ‘구조조정협의체’를 이끌고 있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컨트롤타워는 경제장관회의”라면서 “이 회의가 공식적으로 최종 결정하는 주체”라고 다른 말을 했다. 컨트롤타워가 어디냐를 두고 각 부처의 수장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비난이 이어지자 유 부총리는 8일 현재 차관급협의체인 산업 구조조정 대책회의를 부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로 격상시켜 2년 동안 운영키로 했다. 유 부총리는 “관계장관회의가 컨트롤타워가 돼 구조조정ㆍ산업개혁 방향, 구조조정 추진관련 보완대책 등 주요정책 방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관계장관회의를 컨트롤타워로 만들겠다는 건데, 그렇다면 구조조정협의체, 경제장관회의의 실체가 불분명해진다.

새롭게 신설한 관계장관회의는 옥상옥屋上屋에 불과할 것이라는 비판적인 전망이 쏟아지는 이유다. 더군다나 정부는 청와대 서별관회의를 없애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정부를 둘러싸고 수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컨트롤타워는 많은데, 컨트롤타워가 없다’.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정부가 모순矛盾에 걸렸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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