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서울 부동산

서울에서 새집 장만은 언감생심이다. 전셋값은 평균 4억원에 육박한다. 웬만한 금수저가 아니라면 서울에서 부동산은 사치에 가깝다. 문제는 정부의 규제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뜨겁게 달아오른 서울 부동산은 식을 줄 모른다.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이유다.

▲ 살인적인 주거난에 지쳐 서울을 떠나는 '전세난민'이 늘어나고 있다.[사진=뉴시스]

“주택 양도세 한시 면제, 취득세율 인하, 주택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 상향, 재건축 활성화 방안….” 정부가 2013년부터 쏟아낸 부동산 활성화 정책이다. 건설사들이 대규모로 신규 아파트를 공급하면 국민들은 빚을 내서 집을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것이다. 정부 정책은 시장에 성공적으로 먹혔다. 지난해 주택거래량(119만건)과 신규 아파트 분양(52만 가구)이 최대치를 기록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통계다. 

문제는 부작용도 함께 발생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 규모(1207조원)와 연간 증가분(121조7000억원)은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이 불타면서 전셋값도 함께 치솟았다. 이런 현상은 특히 서울에 집중됐다. 주택 매매가격에 육박할 정도로 전세 보증금이 상승한 곳까지 생겼다. 치솟는 전셋값을 피해 지난해 서울을 빠져 나온 인구는 13만7256명. 2000년대 들어 최대치였다.

예상치 못한 폭풍을 맞은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제동을 걸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거치 기간을 1년 이내로 제한하고, 그 이후부터는 원리금을 갚는 규제를 수도권에서 실시했다. 5월부터는 이 규제를 지방으로 확대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규제는 뜨겁게 달아오른 서울 부동산 시장을 막는 데 실패했다. 올해 5월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5억5222만. 지난해 5월보다 7.8%나 증가한 수치다. 부촌富村으로 통하는 서초구와 강남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10억원을 훌쩍 넘겼다. 2월을 제외하면 모두 전월과 대비해 상승곡선을 탔다. 전셋값 상승률은 더 가팔랐다. 올해 5월 서울 지역의 평균 전셋값은 3억7506만원. 지난해 5월보다 15.6%나 치솟았다. 이 수치는 올해 들어 단 한번도 하락하지 않았다.

서울 전세가율 75% 도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는 사상 처음으로 75%대에 도달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지역은 서울 성북구(84.3%), 성동구(81.0%), 구로구(81.2%), 중구(80.1%), 동작구(80.0%) 등 5곳. 올해 2월 전세가율 80.0%대는 성북구와 성동구 2곳에 불과했지만 3개월 만에 새롭게 3개구가 추가된 것이다.

가격만 오르는 게 아니다. 서울의 아파트 분양권 거래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5월에만 서울에서 739건의 아파트 분양권이 거래됐다. 분양권 거래 집계를 시작한 2007년 6월 이후 가장 많은 양이다. 서울의 분양권 거래량은 올 들어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만 해도 279건이 거래됐는데, 2월 433건, 4월 671건 등으로 크게 늘어났다.

임병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공급물량은 2018년까지 3만 가구를 밑돌 예정”이라며 “수급 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데다 저금리 기조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전셋값 상승은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올해도 ‘고공행진’을 예약했다는 거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는 “주택정책과 주거문제에 대한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서울 부동산 시장은 계속해서 불탈 것”이라면서 “서울 젊은이들과 무주택자들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늘리는 등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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