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형 A호텔은 왜 송사에 얽혔나

▲ 분양형 호텔이 전망 좋은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지만 그 실체는 소송으로 얼룩진 경우가 많다.[사진=뉴시스]
제주에 있는 분양형 A호텔이 송사訟事에 휘말렸다. 투자자들은 “A호텔 운영사가 수익을 빼돌리면서 자신들을 기만하고 있다”면서 민ㆍ형사소송 등을 제기했다. 문제는 A호텔 투자자 역시 잘 알아보지 않고 투자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운영사의 탐욕과 신중하지 못한 투자가 ‘나쁜 시너지’를 일으킨 셈이다.

“1년간 확정수익률 ○○% 보장! 담보대출 시 이자 대납! 임대소득 면세 혜택!” 분양형 호텔이 일반적으로 내세우는 광고 문구다. 저금리 시대에 확정수익률 보장에 이자까지 대납해준다니 투자자로선 혹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달콤한 말로 소비자를 홀리는 상품들은 독毒을 갖고 있게 마련이다. 달콤하다고 냅다 삼켰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최근 제주 소재 분양형 A호텔에서 벌어지고 있는 송사訟事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A호텔의 소유주들은 현재 시행사와 운영사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면서 호텔 운영사를 상대로 형사고소ㆍ고발(횡령ㆍ배임), 명도소송(운영 계약 해지와 함께 퇴거), 민사소송(임대료 지급과 부당이득반환청구) 등 총 3개의 소송을 제기했다.

한 소유주는 “임대수익은커녕 하자보수 비용으로 돈을 더 내라고 하니 사기를 당한 게 아니고 뭔가”라면서 “위탁운영 계약을 파기하고 호텔을 비워달라고 해도 근거도 없는 하자보수 비용을 들먹이면서 나가지도 않으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주장했다.

A호텔 운영사 측은 “부실시공으로 인한 하자보수에 많은 돈이 투입되면서 수익이 나지 않는데, 어떻게 임대료를 맞춰 주느냐”면서 “소유주들이 부실한 건물을 임대한 만큼 오히려 그 책임을 져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박했지만 운영사의 대표는 소송이 제기된 후 잠적한 상태다. A호텔에선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분양형 호텔 문제의 축소판인 A호텔 사건 속으로 펜을 집어넣었다.

먼저 분양형 호텔의 정체성부터 살펴보자. 이런 유형의 호텔은 말 그대로 ‘분양’이 되고, 각 호실마다 주인이 다르다. 일반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선분양제 방식으로 건물을 만든다. 이에 따라 설계 변경에 따른 부실시공, 그 때문에 발생하는 하자보수 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A호텔이 송사에 휘말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분양형 호텔도 선분양제 폐해

이 호텔은 2013년 B사와 위탁계약을 맺었다. 위탁사 지위를 얻은 B사는 시행사와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시공사를 선정한 후 선분양을 통해 호텔을 지었다. 하지만 공사 도중 침출수 문제가 불거져 공사비 추가 문제가 발생했다. 이때 시행사ㆍ위탁사ㆍ시공사가 3자 이면합의를 했고, 공사는 계속 진행됐다. 분양을 받은 투자자들은 이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다. 투자자들로부터 잔금이 납부돼야 공사가 진행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2014년 말 준공을 앞두고 시공사가 부도를 맞았다. 투자자들은 이 사실도 몰랐다. 공사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철저하게 배제된 셈이고, 투자자들은 계약해지 등 추후 발생할 손해를 막을 기회를 놓쳤다.

운영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투자자는 배제됐다. 투자자의 동의를 얻어 진행해야 할 사안이었지만 시행사ㆍ위탁사ㆍ시공사는 이를 유야무야 처리했고, 위탁사와 이름만 다른 운영사가 계약을 체결했다. 투자자들 호텔을 제대로 운영해줄 적임자를 선택할 기회마저 놓친 셈이다.

밀실 합의로 계약을 따낸 운영사는 정직하게 운영을 할 이유가 없었다. 운영사는 호텔 옆에 조식장(식당)을 만들고, 별도 법인을 신설해 식당을 운영했다. 일부 투숙객에게는 객실가격에 조식 가격을 포함해 판매하기도 했다. 투자자의 이익 일부가 운영사의 수익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시공사 부도 역시 문제가 많았다. 마무리 공사가 제대로 됐을 리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운영사 측은 호텔 운영 과정에서 하자보수를 이유로 수십억원의 비용을 썼다고 주장했다. 그 수십억원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임대료(약정투자수익)를 주지 못한다고 운영사는 변명을 했다.

실제로 운영사는 지난해 6월 호텔 운영을 시작한 이후 단 한번을 제외하곤 임대료를 준 적이 없다. 그나마 약정수익률 8%가 아닌 6%에 불과했다. 이익은 자체 조식장을 통해 빼돌리고, 투자자들에겐 하자보수 비용 운운하면서 임대료를 주지 않은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대차보호법까지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았다. 투자자와 운영사는 임대차 관계를 맺고 있다. 운영사가 호텔 객실을 빌려 사업을 하고, 임대료를 지불하는 형태다. 문제는 현행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운영사가)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무작정 퇴거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3월 퇴거 요청을 받은 운영사는 버젓이 호텔 영업을 하면서 이득을 챙겼다.

허술한 투자, 누굴 탓하리오

그렇다고 투자자들이 선의의 피해자인 것은 아니다. 감언이설에 이끌려 호텔에 베팅한 투자자 중 상당수는 자신들에게 분양된 객실이 어디인지, 상태는 또 어떤지 확인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이렇게 항변했다. “제주도를 어떻게 자주 오갈 수 있겠는가. 운영사 측에서 객실에 손님이 있다고 하면 그런 줄만 알았고, 임대차보호법상 무작정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큰 금액을 제주도에 투자하면서 물건을 확인조차 안했다는 것은 투자자의 실수다.

심각한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 송사의 중심에 서 있는 운영사의 모그룹은 제주도에 또다른 분양형 호텔을 짓고 있다. 이 호텔은 유치원이 인근에 있다는 이유로 현재 서귀포시청과 소송에 얽힌 채 공사를 진행 중이다. 호텔을 분양 받은 또다른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서귀포시청 관계자는 “호텔 운영을 못해 흉물로 방치할 수 없는 만큼 소송과는 별도로 운영 가능한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분양형 호텔에 잘못 걸려들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투자의 기본은 ‘신중함’과 ‘발품’이다. A호텔의 송사가 알려주는 교훈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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