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갤러리 | 김연 조각가

▲ ❶물가 ❷하늘에 잠기다 ❸빛으로의 여행
김연 작가는 물, 빛, 하늘이라는 유기체를 2차원적 회화가 아닌 3차원적 조각으로 형상화한다. 물에 대한 작업을 꾸준히 보여주는 그는 자연을 회화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회상된 기억으로 개념화한다.

자연이 주는 빛의 울림은 내게 많은 것을 갖게 하고 또 많은 것을 버리게 한다. 마음을 멈추고 바라보는 어느 순간, 나는 고요한 수면 위로 드러나는 존재를 느낀다. 빛은 나를 깨어있게 하며, 주위의 수많은 경이로움과 만나게 한다. - 작가노트 - 

연못이나 냇가 속 자연풍경을 육면체에 담은 ‘물가’는 기억 속 내면을 반영하듯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에폭시(epoxy)를 사용해 숲속의 옹달샘처럼 청명한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각박한 세상에서 맑고 순수함을 잃지 않길 원하는 작가의 마음이 담긴 듯하다.

물에 잠긴 배를 대상으로 한 ‘빛으로의 여행’은 물체의 특성을 잘 살렸다. 작품 속 배의 안과 밖에 존재하는 금속물결은 반복된 요철을 통해 빛의 산란효과가 극대화된다. 배는 빛을 반사해 파도처럼 일렁이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거울처럼 빛나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인해 빛은 주변으로 퍼져나가며 공간을 확장시킨다. 잔잔한 파도만이 주인 없는 배와 함께 출렁일 뿐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 욕망과 갈등으로부터 초연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가 느껴진다.

이전까지의 작품은 물의 고착된 내적공간이나 빛의 영향을 받아 산란된 물의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최근 작품인 ‘하늘에 잠기다’는 물체의 기본적인 질감을 표현하려고 애쓴 것처럼 보인다. 알루미늄 판에 가는 스크래치를 반복해 구름의 분위기를 만들고, 남은 여백에 코발트블루를 채색해 하늘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라는 윤동주 시인의 시구를 연상케 한다.

김연 작가는 물체의 고유한 특성을 능숙하게 다뤄 회화적 착시효과를 극대화하는 조각가다. 이를 통해 몽환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유추된 감성이 일깨워지며, 사색의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김연 작가의 작품은 간결(Minimal)하다. 그는 마치 시를 쓰듯 절제된 감성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듯하다.
김상일 바움아트갤러리 대표 webmaster@thescoop.co.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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