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배의 音樂別曲

▲ 최근 음악의 기능적인 면이 부각되면서 음악 본연의 순수한 기느이 많이 퇴색되고 있다.[사진=아이클릭아트]
음악의 기능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공부할 때 듣는 음악, 운동할 때 듣는 음악, 잠잘 때 듣는 음악 등 종류도 많다. 문제는 음악의 상업성이 부각되면서 음악 본연의 순수한 기능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젠 자본이 음악까지 연주하고 있는 셈이다.

음악은 단순히 듣고 즐기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이가 많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음악은 이 밖에도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음악 인류학자는 앨런 파커스트 메리암(Alen Parkhust Merriam)은 음악의 기능을 10가지로 정의했다. 첫째는 글이나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전달하는 표현 기능이다.

사라지는 순수 음악

또한 미적 즐거움을 주는 기능, 오락적인 기능, 상호 커뮤니케이션 기능, 생일축하 곡이나 애국가 같은 상징적 표현의 기능, 같은 리듬을 반복해 춤과 같은 신체적 반응을 유발하는 기능, 묵념과 같은 사회적 규범기능, 특정계층이나 연령대를 특징하는 사회와 문화의 연속성에 기여하는 기능, 시위나 집회 음악같이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기능 등이 있다.

필자는 여기에 한가지 기능을 더 추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업적 기능이다. 일례로 백화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생각해보자. 백화점에는 항상 잔잔하고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흔히 엘리베이터 음악(Elevator Music)이라고 말하는데, 손님들의 심리를 안정시키고 무의식적으로 오래 머물면서 물건을 사게 만들기 위한 목적이 숨어있다. 이번엔 패스트푸드점을 떠올려 보자. 패스트푸드점에선 언제나 신나고 빠른 음악이 흘러나온다. 당연히 손님의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도사리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의 의자를 일부러 불편하게 만들어 오래 앉아 있지 못하게 하는 것과 빠른 음악은 일맥상통한다는 거다.

결국 백화점이든 패스트푸드점이든 좋은 음악이 아닌 영업에 도움이 되는 음악을 틀고 있는 셈이다. 쉽게 말해, 손님들은 자신들의 지갑을 여는 음악을 듣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음악의 상업적 기능이 밝혀지면서 특수한 목적의 음악을 만드는 회사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집중이 잘되는 음악 모음집’ ‘운동할 때 듣는 음악’ ‘숙면을 위한 음악’ 등 제목만 봐도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는지 쉽게 알 수 있는 음악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음악이 지닌 기능을 십분 활용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문제는 음악의 상업적 기능이 부각되면서 음악 본연의 순수한 기능이 퇴색하고 있다는 데 있다. 상업용 음악이 넘쳐나면서 순수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사라졌다.그 결과, 음악을 소비하는 대중도 목적에 맞는 음악을 들으려 하고 있다. 음악을 순수하게 즐기기보다 특수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보조적인 역할로 음악을 듣고 있다는 얘기다.

상상력까지 자본에 뺏겨서야

음악은 어떤 도움을 받기 위해 혹은 어떤 목적을 위해 듣는 것이 아니다. 특정 환자를 위한 치료 목적의 음악은 필요하겠지만 일반 대중에게 특정 목적을 지닌 음악은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목적을 가지고 음악을 듣는 순간, 청자의 감성과 상상력은 멈춰 버리기 때문이다. 작곡가들도 상업적 곡을 의뢰한 사람의 의도를 더 많이 반영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대중은 또다시 음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제한 당할 것이다.

음악을 생산하는 예술인도 이를 듣는 대중도 특정한 틀에 갇혀 버린다는 얘기다. 요즘 음악이 예전 음악에 비해 재미없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음악 본래의 목적은 소리를 듣고(音), 즐기는 것(樂)이다. 내 감정대로 듣고 상상하는 것이 바로 음악의 올바른 사용법이자 목적이다. 음악이 자본에 휘둘려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진배 국제예술대학교 조교수 jazzinbae@gmail.com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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