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상한제 폐지 효과 있을까

‘공시지원금 상한제’ 폐지설이 나돈다. 이통사가 휴대전화 가입자에게 주는 지원금의 ‘상한上限’을 없애겠다는 거다. 정부는 ‘통신비 인하’ ‘시장에 활력’ 등 두가지 효과를 노리는 듯하다. 하지만 공시지원금 상한제 폐지가 실제로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 단통법은 단말기 유통구조를 투명하게 했지만 정작 통신비 인하에 필요한 정책은 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 “얼마 전부터 가게가 썰렁해요.” 휴대전화 판매점을 운영하는 A씨의 말이다. “공시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된다는 말이 돌고부터 소비자들이 정부 정책이 결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요. 폐지가 되면 단말기 가격이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싸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에 가뜩이나 없는 손님이 더 줄었어요.”

# 휴대전화를 바꾸려던 B씨는 며칠째 뉴스만 주목하고 있다. 공시지원금 상한제 폐지 얘기가 나온 뒤로 당장 휴대전화를 사는 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알 수 없어서다. 그는 “공시지원금 상한이 달라지는 것과 실제 지급액이 올라가는 건 다른 얘기지만 그래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니냐”면서 “상한제 폐지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만 무성하고 확실한 게 없으니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칼을 대고 있다. “단통법 조항 중 하나인 공시지원금 상한제를 출고가 이하로 변경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는 말까지 새어나온다. 공시지원금 상한제란 출시한 지 15개월이 안 된 단말기에 대한 이통사와 제조사의 지원금을 일정 금액 이상 주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을 말한다. 돈이 시장을 왜곡하는 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제정됐다. 현재 상한선은 33만원인데, 이를 ‘출고가 이하’로 바꾸겠다는 게 정부의 현재 방침으로 보인다. 예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정부의 방침대로 단통법이 개정되면, 92만원짜리 갤럭시S7에 지급할 수 있는 지원금은 33만원에서 최대 92만원으로 늘어난다.


공시지원금 상한제 폐지론이 대두된 이유는 간단하다. 단통법이 단말기 유통시장의 질서를 바로잡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통법은 단말기 출고가와 공시지원금을 투명하게 만들긴 했다. 하지만 지원금을 더 받으려면 비싼 요금제를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는 극복하지 못했다. 공시지원금을 안 받는 소비자를 위해 만든 ‘요금제 20% 할인제도(요금 또는 단말기 할인)’ 역시 한계를 뛰어넘는 데 실패했다. 이 제도가 정률제라서 낮은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겐 큰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통법이 ‘단지 통신사만을 위한 법’이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공시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하면 가계통신비가 인하될까. 심현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공시지원금 상한선을 출고가 수준으로 올려도 실제 지급액이 높아진다는 보장을 하기는 어렵다”면서 “오히려 공시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해 이통3사의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면 일괄적인 통신비 인하는 더욱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심 간사의 말처럼 이통사의 지원금은 상한선 33만원에 못 미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애플삼성전자LG전자의 플래그십 모델을 예로 들어보자. 아이폰 6s(64G), 갤럭시S7 엣지(32G), G5의 출고가는 각각 99만9900원, 92만4000원, 83만6000원이다. 하지만 상한선에 맞춰 공시지원금을 지급하는 이통사는 단 한곳도 없다. 16일 기준 이통3사의 공시지원금을 살펴보면 갤럭시S7 엣지와 G5는 25만~26만원선. 아이폰 6s는 상한선에서 한참 모자란 10만원대 초반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시지원금 상한제 폐지가 시장에 활력을 줄지도 의문이다. 한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관계자는 “공시지원금이 늘면 아무래도 시장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다른 의견을 냈다. “단통법 이전처럼 ‘휴대전화 대란大亂’ 같은 전성기가 오지 않을 것이다. 상한제 폐지를 한다고 해서 당장 마케팅에 쓸 수 있는 비용이 증가하는 것도 아니다. 공시지원금 상한제 폐지가 언급되면서 선택약정 요금을 할인해줄 것이라는 소문도 나도는데, 이통사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제조사의 지원을 받는 공시지원금과 달리 선택약정 할인은 오롯이 이통사 부담이기 때문이다.”

이통사의 또다른 관계자는 “공시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하겠다는 건 단통법 이전으로 돌아가 ‘출혈 경쟁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단통법을 왜 만들었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뜬금없는 공시지원금 상한제 폐지 카드가 이통사・제조사・소비자 모두에게 혼란만 주고 있다는 얘기다. 단통법, 참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강다은 더스쿠프 기자 eundak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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