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지 있는 여성 위한 레슨

▲ 골프는 코스 설계자의 의도를 헤아리고 이를 근거로 한 골프코스와의 싸움이다.[사진=채노]
골프의 목적은 함께 플레이를 하는 사람을 물리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능력이 허락하는 최소한의 타수로 경기를 마치는 것이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골프 코스를 디자인한 설계자의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골프는 상대방과의 경쟁이 아닌 코스와의 싸움이라는 얘기다. 코스를 이기는 자가 승자자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스포츠 경기에는 경쟁 상대가 있다. 하지만 경쟁 상대 없이 혼자만의 기록으로 승부하는 스포츠도 많다. 필자는 그중 하나가 골프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골프의 경쟁 상대는 무엇일까. 코스다. 이는 나의 파트너이자 플레이를 인도하는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간혹 골프 코스는 우리와 밀당(밀거나 당기는 심리전)을 하기도 한다. 아주 작은 실수로 볼을 엉뚱한 곳으로 날릴 경우에는 애간장이 탄다.
 
그런데 가끔은 달아난 볼이 코스로 인해 좋은 장소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마음은 다시 흔들린다. 이렇게 골프 코스는 우리 마음을 쥐고 흔든다. ‘골프는 상대방과 하는 것이 아니라 코스 디자이너(설계자)와의 게임이다’라는 필자의 주장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왜 코스를 이렇게 만들어 놓았나’라고 묻기 전에 우리는 디자이너의 의도를 파악해 거기에서 해답을 찾아 플레이를 하면 된다.

골프를 하는 목적은 함께 플레이를 하는 모든 사람을 물리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능력이 허락하는 최소 타수로 경기를 마치는 것이다. 쉽게 말해, 300야드 드라이버샷을 치는 사람이 이기는 스포츠가 아니다. 타수가 낮은 사람이 이기는 스포츠다. 필자도 골프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은 나 자신과의 경쟁이었다.

골프를 시작한 지 3년 정도 됐을 무렵이다. 16번 홀의 티 샷을 앞둔 필자는 긴장과 기대에 들떠 있었다. 남은 3홀을 파로 마무리할 경우 대망의 1언더파를 칠 수 있는 기회를 맞았기 때문이다. 필자에게는 실로 골프 생애의 가장 큰 도전이었고 목표였다. 동반자가 없다는 것은(미국에서는 동반자 없이 혼자 골프를 칠 수 있고 치기도 한다)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필자는 나의 최저 타수를 상대로 경쟁을 벌이고 있었던 거였다.

보는 사람 있든 없든 마지막 3홀에서 반드시 파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손이 떨리고 심장이 쫄깃해지는 것 같았다. 이런 기분을 경험해본 골프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랫동안 골프를 즐기다 보면 누구든 이런 순간을 맞을 때가 있을 것이다. 타이거 우즈와 아니카 소렌스탐도 ‘54타의 꿈’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론적으로 매홀 버디를 잡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 산술적으로 54타는 얼마든지 쳐낼 수 있다.” 그들은 덧붙인다. “지금까지 누구도 쳐내지 못한 꿈의 54타 기록을 세워보고 싶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언젠가는 달성할 수 있는 꿈이다.” 이들은 최고 라이벌인 비제이 싱, 어니 엘스, 캐리 웹, 박세리를 거론하지 않는다. 골프 선수들은 다른 선수를 또 다른 파트너라고 생각할 뿐이다. 어느 누군가가 54타의 벽을 넘어선다면 오랫동안 깨지지 않을 기록이 될 것이다. 다른 선수들을 상대로 이기는 것은 보너스일 뿐이다.

소문 한 토막을 소개해 본다. 아니카 소렌스탐과 함께 라운드를 하던 선수 한명이 파4홀에서 앨버트로스(이글)를 했다. 자축하고 주위 갤러리들이 박수를 보내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다음 홀 티샷을 하러 가는 와중에 소렌스탐이 앨버트로스를 한 선수에게 질문을 했다. “방금 이 홀에서 뭐를 쳤죠.” 그만큼 자기 경기에 몰두했다는 거다. 상대방과의 경쟁이 아닌 골프코스와의 싸움이 이들에게는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독자들은 이런 선수들처럼 진지한 자세로 골프를 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그들을 이기기 위해 온갖 기를 쓰는 모습에서 한발 물러나 보길 바란다. 골프는 코스를 디자인한 설계자의 의도를 헤아리고 이를 근거로 한 코스와의 싸움이다. 그러면 내가 해야 할 골프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김용효 스마트KU골프 본부장 webmaster@thescoop.co.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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