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계속 감소한다면 …

▲ 수출이 날로 감소하고 있다. 우리 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사진=아이클릭아트]
“수출은 개선되고 경기는 나아질 것이다.” 정부가 최근 유지하고 있는 전망이다. 문제는 정부가 낙관론을 들고 있는 사이 수출은 계속 안 좋아지고 있다는 거다. 국책 연구기관까지 나서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정부는 꿈쩍을 하지 않자, 일부에선 “국가경제가 폭삭 망할 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3.1%’. 정부가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다. 국내 경제성장률을 3%대로 잡고 있는 전문가집단은 정부가 유일하다. 더구나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월 “수출 개선 등으로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독일 프랑크푸르트 기자간담회).

하지만 민간 싱크탱크를 비롯해 국책 연구기관들은 기존에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모조리 하향조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5월 24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지난해 12월)에서 2.6%로 하향조정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3.0%(올해 1월)에서 2.8%로 수정했다. 3.2%에서 3.0%로 낮춘 지 3개월 만이었다. 한은은 2017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3.2%에서 3.0%로 낮춰 잡았다. 같은달 한국금융연구원은 기존 3.0%(지난해 10월)에서 2.6%로, 현대경제연구원은 2.8%(지난해 10월)에서 2.5%로 수정했다. 특히 올해 1월 2.5%의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놨던 LG경제연구원은 전망치를 2.4%로 더 낮췄다. 수정을 하지 않은 건 애초 2.6%(지난해 12월)로 전망치를 제시한 한국경제연구원뿐이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5월 16일 한국 경제성장률을 2.7%(지난해 11월 3.1%)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2.7%(올해 1월 2.9%)로 전망치를 낮췄다. 전망치를 수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어서다.

세계은행은 지난 8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6%(올해 1월)에서 3.1%로 낮췄다. 향후 세계 경제 리스크 요인으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소비 증가세 둔화, 저유가에 따른 에너지 투자 위축, 유럽 양적완화 장기화,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일본의 저성장, 신흥국의 통화위기 등을 꼽았다. 모두 세계경기 침체로 한국의 수출이 타격이 입을 수 있는 요소들이다.
실제로 수출액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우리나라의 총 수출액은 지난 5월까지 17개월 연속 2014년 12월 수출액(494억6137만 달러)을 밑돌고 있다. 2014년 12월 이후 월평균 약 5억6800만 달러씩 약 97억 달러(약 11조3000억원)가 줄었다. 

수출액 17개월간 11조원 감소

더 심각한 건 수출액 규모가 큰 9개 품목(성질별 분류에 따라 반도체ㆍ화공품ㆍ승용자동차ㆍ철강제품ㆍ정보통신기기ㆍ기타 일반 기계류ㆍ선박ㆍ석유제품ㆍ자동차부품으로 구분) 가운데 6개 품목의 2015년 수출액이 전년 대비 크게 줄었다는 거다.  화공품 -97억 달러, 승용자동차 -31억 달러, 철강제품 -61억 달러, 기타 일반 기계류 -10억 달러, 석유제품 -188억 달러, 자동차부품 -10억 달러 등이다.

반면 반도체는 2억8000만 달러, 정보통신기기는 30억 달러, 선박은 1억1000만 달러 규모로 수출이 늘었다. 정보통신기기 수출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무선통신기기분야 수출액은 -24억 달러였다.

현재 조선ㆍ해운업의 위기 상황이 너무 심각한 탓에 가려져 있었지만, 우리 산업 전반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져 있다는 거다.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이 부진하면 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다. 많은 전문가들이 수출 중심 구조를 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경제성장률 3.1%를 꿋꿋이 유지한 채 낙관론만을 내세워 뒷짐을 지고 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걸까.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표였던 시절 경제자문단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신세돈 숙명여대(경제학) 교수는 “정부는 출범 이후 어떤 방식으로 경제를 부흥시킬 건지 타깃을 못 잡고 초점이 흐려졌다”면서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지도 고치려 하지도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IMF 들어가기 딱 2년 전인 1995년 상황이 지금과 같았다”면서 이렇게 우려했다. “당시 원화는 강세였고, 엔화는 약세였다. 펀더멘털은 양호하다고 했다. 무디스는 한국에 AA+ 등급을 매겼다, 최고 높은 등급을 받았다는 지금 수준과 같다. 돈벌이하는 기업의 말을 믿고, 낙관했다간 우리 경제는 털썩 주저앉을지도 모른다.”

해법은 없을까. 신 교수는 “경제 구조를 바꿔야 하지만, 당장은 현실적인 것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크게 4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 원화를 평가절하하는 환율정책이다. 일본과의 경쟁을 위해 최소한 엔화약세로 득을 보고 있는 일본과 보조는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둘째는 정부의 제조업 설비 지원이다. 중국은 신흥국인 만큼 최신 설비를 갖추고 있다. 반면 우리 제조업체의 설비는 낡은 게 많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낙후된 설비를 새 설비로 바꿔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출 제조업 살릴 현실 대책 필요

셋째는 유턴기업을 늘리는 것이다. ‘글로벌화’를 위해 기업을 외국으로 내보낼 게 아니라 국내로 들여와야 한다는 거다. 신 교수는 “대기업들이 외국에 공장을 짓는 것을 통제하지는 못하더라도 금융지원만은 해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넷째, 독일이나 대만 등 강소기업이 많은 국가와 인적 교류를 통해 기술력과 경영기법 등을 배워올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하는 거다.

신 교수는 “해야할 것은 하지 않고, 무에서 유를 만들어야 하기에 성공확률이 낮은 ‘창조경제만’을 밀어붙이겠다는 건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오늘내일하는 수출 제조업을 살릴 대책 없이 뜬구름만 잡고 있다가는 위기가 현실이 될 거라는 충고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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