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저작권물’ 인식 부족

▲ 법원은 사진작가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된다면 저작물에 해당된다는 입장을 밝혔다.[사진=뉴시스]
사진은 대상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이다. 이로 인해 ‘사진=저작권물’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사진을 무단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특히 온라인이 활성화되면서 이런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사진저작물의 인식을 바꿀 만한 판례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봄, 서울가정법원에 들렀을 때 이야기다. 복도에는 아름다운 풍경사진이 전시돼 있었다.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때마침 사무실이 이사를 해 벽에 걸어 둘 그림이나 사진을 찾던 참이었다. 아름다운 사진에 마음이 끌려 안내하는 이에게 매입할 수 있는지를 물었지만 판매용이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흐른 얼마 전, 문득 그 사진이 떠올라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를 들여다봤다. 봄에 봤던 사진들이 다음과 같은 문구와 함께 올라와 있었다. “본 자료의 저작인격권은 원저작자인 사진작가에게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30조에 의한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저작권 제30조는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저작물은 원칙적으로 무단 복제가 안 된다는 얘기다. 지극히 한정된 범위 내에서 개인적으로 사용할 때에만 복제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모든 사진은 저작권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대법원의 입장을 살펴보자. “피사체의 선정,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셔터의 속도, 셔터찬스의 포착, 기타 촬영방법과 현상, 인화 등의 과정에서 촬영자인 사진작가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돼야 저작물에 해당한다.” 사진작가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돼야 저작물로서 보호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증명사진처럼 기계적인 방법으로 피사체를 충실하게 복제하는 데 그치는 것은 저작물로 인정받기 어렵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진은 저작물’이라는 인식이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작가의 창조성이 인정되더라도 대상을 재현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인 듯하다. 사례를 살펴보자.

A씨는 프리랜서 사진작가다. 그는 국내의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촬영한 후 사진집으로 출간했고, 홍보 목적으로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했다. ‘본 사이트의 사진작품을 무단으로 복제하는 것을 금합니다’는 문구를 해당 사이트에 기재했음은 물론이다.

그 무렵 직장인 B씨는 어느날 동료의 소개로 A씨의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했다. 풍경 사진을 감상하던 그는 마음에 드는 사진 13장을 복제한 뒤 ‘내저장함’이라는 디렉토리에 담았다. 그런데 A씨는 B씨가 자신의 사진을 허락도 없이 복제한 사실을 알고 무척 화가 났다. 그래서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B씨는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된 A씨의 사진을 무단으로 복제함으로써 사진저작물에 관한 A씨의 저작권을 침해했다.” 대법원의 논리대로 A씨의 사진엔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뚜렷하게 반영돼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