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저자에게 묻다 ❿ 「이기는 선택」의 저자 권오상 금감원 실장

당신은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가. 혹시 탐욕에 눈이 멀어, 또는 장밋빛 미래에 혹해 왜곡된 선택을 하고 있진 않은가. 여기 합리적인 선택을 위해 필요한 ‘8가지 도구’가 있다. 기댓값의 극대화, 확률, 옵션, 최적화 등이다. 「이기는 선택」의 저자 권오상(49) 금융감독원 연금금융실 실장은 “8가지 도구를 이리저리 돌려보면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경로가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권오상 금감원 실장은 “기댓값의 극대화를 이리저리 따져보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합리성을 잃지 않는다”고 조언했다.[사진=지정훈 기자]
✚ 책 제목만 보면 ‘쉬운 책’ 같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난해한 부분이 많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이기는 선택」은 무얼 말하는 책인가요?
“금융은 용어가 난해하고 이론이 많아서 일반인이 어려워합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쓸모없는’ 설명이 많죠. 쉽게 얘기할 수 있는 걸 굳이 ‘영어 약자’로 표현하는 건 대표적 예입니다. 저는 지식이 권위나 권력의 수단이 돼선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발전시키는 도구가 돼야 진짜 지식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그동안 금융의 이론과 지식을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책을 써왔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더라구요. 이 문제가 「이기는 선택」을 쓴 이유입니다.”

✚ 그 근본적인 문제가 뭔가요?
“아무리 지식이 많아도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겁니다.”

✚ 책에서 8가지 생각도구를 곱씹어본 뒤 선택하라고 조언한 이유가 여기에 있군요.
“그렇다고 해야겠죠.”

기댓값 극대화, 확률, 옵션, 게임이론, 시스템적 사고, 최적화, 동물적 야성, 다시 확률. 권 실장이 말하는 8가지 생각도구다. 이런 도구를 활용해야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예를 들면 확률이 높은지 낮은지, 옵션은 있는지 없는지, 최적화를 했는지 그렇지 않은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거다. 여기서 다소 낯선 용어가 나온다. 기댓값의 극대화다. 이는 권 실장이 말하는 8가지 도구 가운데 가장 많이 활용할 만한 것이다.

✚ 기댓값의 극대화는 무엇을 이야기하는 도구인가요?
“쉽게 설명할게요. 2010년에는 100을, 2012년에는 120을 벌었다고 칩시다. 그럼 2014년에는 140을 벌 거라고 기대하죠. 하지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기댓값이 미래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겁니다. 여러 대안 중 결과의 기댓값이 극대화되는 의사결정을 해야 ‘합리성’을 잃지 않는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사람들이 기댓값이 극대화됐다는 걸 모를까요? 그 정도는 헤아리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스스로를 기만해서입니다. 중요한 결정일수록 더 즉흥적으로, 혹은 감정에 휩싸이는 경우가 많죠. 탐욕이나 공포 또는 질투에 눈이 먼 채로 결정을 내리는 예도 많습니다. 기댓값의 극대화는 언제든 오용될 수 있어요.”

지식과 선택은 다른 과정

✚ 그래서 ‘미래는 과거와 현재의 연장선에서 생각하면 안 된다’고 지적한 것이군요.
“대부분의 사람은 ‘과거에 이랬기 때문에 미래에도 이럴 것이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쉽게 결론을 내리는 것도 일종의 기만이죠.”

▲ 이기는 선택은 주어진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다.[사진=뉴시스]
✚ 개인적인 질문입니다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은 언제 했나요? 또 어떤 도구를 활용했는지요?
“제 처와 결혼한 게 가장 중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결혼을 결심할 때 책에서 언급한 도구를 사용하진 않았습니다. 결혼을 결심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요(웃음).”

✚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보수적으로 변합니다. 자신이 경험한 ‘경우의 수’를 기준으로 선택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나이 든 사람도 ‘이기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나이가 들면서 보수적으로 변하는 건 일반적인 경향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젊은 사람 이상으로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느끼는 올드맨도 적지 않은 것 같아요. 생물학적 나이라기보단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게 얼마나 노력하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 이기는 선택을 하기 위한 팁을 주셨으면 합니다.
“요즘 ‘결정장애’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들었어요.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느 한쪽을 고르지 못해 괴로워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일 겁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도 선택의 순간 자신감을 잃고 막막해하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책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이기는 선택은 삶의 가치관과 맥이 닿아 있습니다. 이기는 선택은 주어진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닙니다.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직접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저절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팔을 걷어붙이고 삶의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행동이 곧 합리적 선택

✚ 행동하라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행동하지 않으면 남들이 좋다고 하는 한두가지 선택에만 매달려 ‘그게 아니면 안 된다’고 여길 겁니다. 이는 자신을 취약한 상태로 몰고가는 우매한 행동입니다. 행동하십시오. 그 가운데 합리적인 선택이 있습니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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