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 폭스바겐 차량의 리콜 책임은 소비자가 아닌 업체가 부담해야 마땅하다.[사진=뉴시스]
문제의 폭스바겐 디젤차를 구입한 국내 소비자는 약 12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명백한 피해자다. 하지만 뚜렷하지 않은 리콜 대책으로 피해를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들이 리콜 책임을 져야 할 처지까지 몰렸다. 환경부가 리콜을 받지 않은 폭스바겐 차량 소유주에게 운행을 정지시키겠다며 으름장을 놨기 때문이다.

환경과 연비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배기가스 장치를 제대로 작동하면 연비와 출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한 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기가스 장치로 인해 연비와 출력이 2~3% 떨어진다. 그런데도 폭스바겐은 ‘환경조건 만족’ ‘연비와 출력은 유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고, 이는 무리수가 됐다. 지난해 말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이 터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유독 한국에서만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연비가 조작된 폭스바겐 차량 12만5000대가량의 리콜이 아직도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준치의 40배가 넘는 질소산화물을 8개월째 뿜어내고 있음에도 폭스바겐과 정부는 미흡한 문제해결 방안만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환경부는 “문제가 된 12만여대의 폭스바겐 차량 소유자가 리콜을 받지 않으면 운행정지를 시키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해법이 아니다. 정부가 할 일은 리콜의 책임을 업체에 부과하고, 소비자의 불편함을 없애는 것이다. 환경부가 리콜 의무화의 책임을 소비자가 아닌 폭스바겐에 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발 더 나아가 소비자가 받은 피해를 어떻게 보상해줄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문제를 일으킨 폭스바겐의 차량을 구입한 피해자에게 보상을 하고 원한다면 중고차를 되사주는 방안까지 마련했다. 게다가 징벌적 보상제도를 활용해 폭스바겐에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했다. 우리나라도 폭스바겐에 리콜 이행률을 높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폭스바겐이 스스로 소비자에게 보상을 하거나 인센티브를 통해 리콜을 유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리콜 이행률에 대한 책임을 업체에 부과하고, 미이행 시에는 한국식 징벌적 보상제도를 실시해야 한다.

질소산화물 배출량에 따른 환경적 영향을 금전적으로 환산해 벌금을 부과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런 제도가 도입된다면 해당 업체는 하루빨리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 분명하다. 해결방안이 늦어질수록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늘어 벌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2만5000여대의 폭스바겐 차량 소유자는 아무런 죄가 없다. 되레 불편함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하는 피해자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정책은 틀렸다. 폭스바겐 사태에 휘말린 세계 어떤 정부도 소비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우리나라 정부만 예외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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