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살돈시대 ❶ 비참한 운명의 서막

▲ 주인공 수미는 1억원을 준다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도전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미스코리아 도전에 번번이 실패한 수미는 정신적, 경제적으로 힘들고 지친 상태다. 마지못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그녀는 우연히 다이어트 업체의 체험단 모집 광고를 접하게 된다. 이것이 그녀가 희대의 사기극에 휘말려 겪게 될 비참한 운명의 시작이었는데 광고의 내용인즉 다음과 같다.

“늘씬하고 아름다운 최고의 미인 다섯분에게 현금 1억원씩을 드립니다. 두달의 합숙 기간 여러분에게 맛있는 음식과 훌륭한 잠자리를 제공합니다. 여러분들이 하실 일은 먹고 마시고 즐기며 살을 찌우는 일뿐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비만해진 여러분을 불과 2주 만에 당사의 제품을 이용해 원래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환원해 드립니다. 그 대가로 여러분께 1억원을 드립니다.”

수미는 참 특이한 다이어트 광고라고 생각했다. 몸도 가누기 힘든 비만인을 모아 놓고 날씬한 신데렐라로 만드는 고통스러운 다이어트 배틀과는 차원이 달랐다. 광고가 사실이라면 두달 동안 놀고먹고 2주 만에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뒤 돈 1억원을 들고 룰루랄라 나오면 그만이었다. 무엇을 해서 두달 반 만에 돈 1억원을 벌겠는가. 수미는 마음속으로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 빼어난 미모를 가진 친구와 오디션을 보기로 말이다.

그러나 의심이 많은 그녀인지라 광고의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이 다이어트 상품을 만드는 회사의 대표는 광고 하단에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설명했는데, 운동에 관한 책을 몇 권 섭렵한 그녀인지라 대표의 말이 진실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장기간 비만 상태를 유지한 사람들은 쉽게 살을 빼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평상시 늘씬한 외모를 가진 성인이라면 짧은 기간에 살이 찌더라도 세트 포인트(일명 체중 조절점)가 날씬 모드에 맞춰져 있어 쉽게 비만해소가 됩니다.” 십수년을 유지한 비만 상태는 해소가 어렵지만 단기간에 붙은 살은 단 2주 만에 쉽게 없어질 수 있다는 논리였다. 나름대로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 수미는 혼잣말을 했다. “흥! 결국은 살이 쉽게 빠질 수 있는 사람들을 골라 단기간에 날씬해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자사제품을 팔아먹겠다는 심보로군. 원래부터 뚱뚱했었다고 대중에게 말해야 하므로 비공개로 오디션을 할 수밖에 없을 테고.”

상대의 패를 읽었다는 자긍심과 자신의 영리함에 수미는 매우 흡족했다. 그녀들은 오디션을 꼭 통과하겠다는 전의를 다지며 더욱더 몸매 및 얼굴 관리에 노력을 기울였다. 오디션장은 북적거렸다. 이 좁은 땅에 늘씬한 미녀들이 이렇게 많았나 의문이 들 정도였다. “돈 필요한 예쁜 것들이 아주 많구나!” 옆에서 친구 혜진이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돈에 눈이 멀면 외모에 대한 착각이 과대망상으로 발전하는 법이다. 한눈에 봐도 오디션 깜이 안 되는 여자들이 시치미를 떼고 앉아 있었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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