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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걸의 有口有言]문제는 정치라니까, 이 바보야!국민 잡는 걸림돌 정치
[197호] 2016년 06월 28일 (화) 08:00:42
윤영걸 더스쿠프 부회장 yunyeong0909@thescoop.co.kr

   
▲ 영남권 신공항 관련 공약은 영남 민심을 둘로 쪼개놨다.[사진=뉴시스]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의 일이다. 당시 현직 대통령이던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 지상군을 투입한 걸프전쟁을 통해 지지율이 한때 90%까지 치솟았다. 열세였던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 진영은 불리한 판세를 뒤집기 위한 한방이 절실했다. 이때 빌 클린턴의 선거참모였던 제임스 카빌이 만들었던 문구가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구호다.

이 구호 하나가 극심한 경기침체에 좌절하던 표심을 자극했다. 결국 클린턴은 대선 이슈를 국제정치에서 국내경제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해 대통령의 꿈을 이뤘다. 유권자로 하여금 국제정치와 경제문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한 ‘신神의 한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라 경제가 벼랑 끝에 몰리는 형국을 감안하면 내년에 치를 한국의 차기 대통령선거는 경제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될 만하다.

하지만 영남권 신공항 논란을 보면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한국은 희망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1300만 영남 주민을 대립과 분열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영남권 신공항이 기존 김해공항 증설로 결론이 나와도 좀처럼 논란이 잦아들지 않는다. 정치가 국민을 화합하는 촉매제가 되기는커녕 사사건건 분열과 대립을 부채질한다. 영남권 신공항 논란 과정을 지켜보면 한국이 왜 선진국 진입문턱에서 좌절하는 이유를 알게 해준다.

디딤돌이 아니라 걸림돌이 된 정치 때문이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 논란은 정치권의 포퓰리즘과 토건업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벌어진 일이었다. 공항은 전형적인 내 집 앞마당 사업(핌피ㆍPIM FY)으로, 영남권 신공항 역시 “우리 지역에도 국제공항을 갖고 싶다”는 지역 민원을 2009년 정치권에서 덥석 받아들이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비용편익분석(B/C) 결과, 밀양ㆍ가덕도 두곳 모두 기준치 1을 밑도는 0.7선에 그치면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되자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백지화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공약으로 되살렸고, 2014년 정부는 타당성 조사에 나섰다. 이후 두쪽으로 쪼개져 서로 할퀴며 지난 세월을 보냈다. 기존의 김해공항 대규모 증설로 결론이 난 것은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다. 만약 둘 중에 하나로 결정이 났으면 민란民亂은 몰라도 이명박 정부 초기 광우병 사태 이상의 소용돌이가 발생했을지 모를 일이다.

걱정되는 것은 내년 대선이다.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 상당수가 부산ㆍ경남 출신이다. 이들이 표몰이를 위해 또다시 신공항 공약을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로 인한 국론 분열과 국력 소모는 고스란히 국민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다. 모든 국책사업을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 차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국책사업에서 ‘공짜는 없다’는 확실한 인식을 심어줘야 하고, 해당 지자체도 건설비를 분담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 국책사업을 유치하는 지역에서는 원전폐기물 시설과 같은 기피시설도 함께 가져가는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 걸림돌이 된 한국의 정치는 또 다른 불쏘시개를 던졌다. 무소속 이해찬 의원이 제출한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자’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다.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38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고, 충청권 민심과 지역 언론이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2004년 수도 이전에 관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헌법 개정 없이 전체 국회의 이전이 불가능해 이런 법안이 나온 것이다. 토지대금을 빼고도 분원설치 비용만 1000억원이고, 운영비는 또 얼마나 들지 모른다. 대선 표심을 노린 수도 이전 공약이 비효율의 세종시를 낳고, 세종시는 다시 고비용의 국회 분원을 낳는 악순환이 이어질까 걱정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세종시로 톡톡히 재미를 본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충청권은 내년 대선의 승부처로 불린다. 영남권 신공항에 이어 국책사업 공약의 마술이 다시 유권자들의 혼을 빼놓을지 모른다. 불쏘시개를 던져 갈등과 분열의 단초를 제공한 것도 정치고, 판을 키우는 것도 정치고, 어떤 결론이 나도 승복하지 않는 게 한국 정치의 자화상이다.

이제 정치권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 대선이나 다음번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책사업에 대한 공약을 하지 않기로 국민에게 약속하라! 정말 중요한 것은 국책사업을 놓고 지역끼리 나뉘어 싸우는 게 아니라 발등의 불인 노동ㆍ교육ㆍ공공 금융개혁을 서두르는 일이다. 정치가 국가발전의 디딤돌이 아니라 걸림돌이 되는 것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
윤영걸 더스쿠프 부회장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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