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에는 지금 소득의 70%가 필요할까
최근 일본 NHK의 스페셜 제작팀이 저술한 「노후파산」이라는 책이 화제다. 제작팀은 2차 대전 후 성실하게 일을 한 지금의 노인세대들이 이상하게 의식주 모든 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취재, 다큐멘터리로 방송했다. 여기서 다루지 못한 노인들의 일상을 담은 책이 바로 「노후파산」이다. 책 제목이 주는 파괴성과와는 다르게 내용은 지극히 당연한 얘기들이다. “돈을 더 버는 경제적인 접근방법으로는 노후파산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논지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 사회는 어떨까. 금융사들은 이 책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경제적으로 큰 위기가 조만간 닥쳐, 우리의 노인 세대가 일본 노인들처럼 파산할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이 책을 활용하면서 각종 금융상품을 판매한다.
상식적으로 접근해 보자. 금융사들은 일반적으로 ‘55세에 은퇴한 후 현재 생활비 수준의 70%를 사망시(기대수명 85세)까지 사용한다고 했을 때’를 가정해 7억5600만원[30년×12개월×210만원(300만원의 70%)]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연금을 월 50만원씩 또는 100만원씩 30년간 붓고, 나머지는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으로 충당하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일반 직장인들이 과연 이런 수준을 충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금전적인 방법으로만 미래를 대비하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다. 향후 몇십년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일례로 과거 고금리 시절에 정기예금을 들어놓고, 이자로만 월 생활비를 충당했던 이들은 현재의 저금리로 인해 낭패를 보고 있을 것이다. 더구나 일반 직장인들은 금융사들이 말하는 만큼의 자산을 모으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역설적이지만 답은 「노후파산」에 있다. 경제적ㆍ비경제적 방법을 병행하는 것이다. 이 역시 어렵긴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현실적인 안案이다. 먼저 가능한 한 은퇴를 늦게 해야 한다. 55~60세에 은퇴하더라도 신체적으로 노동이 가능하다면 수입이 절반 혹은 3분의 1로 줄더라도 최대한 버텨야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은퇴 후에 자신의 적성에 맞는 다른 일거리를 찾는다. 거창해선 안 된다. 기술을 배우고, 처음엔 자원봉사로 일을 한다. 노하우가 쌓인 후엔 돈을 받고 일하거나 자영업으로 전환한다. 기술습득이나 자원봉사를 하는 기간을 약 2~3년으로 잡고, 퇴직금의 일부를 투자한다.
실제로 필자 주변엔 모 광고회사 부장으로 퇴직한 후, 용달이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이 있다. 연세가 올해 68세다. 많은 돈을 벌 목적이 아니라서 젊은 인부를 한두명 고용해서 쓴다. 힘든 일은 피하면서 일정 수입만 확보하는 거다.
허무하게도 인생은 일확천금을 허락하지 않는다. 투잡까지 뛰어가면서 금융사가 말하는 대로 노후 준비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허무하다는 걸 알게 될 때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노후는 준비하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다.
이병복 금융산업평가 컨설턴트 bblee2@naver.com | 더스쿠프
이병복 금융산업평가 컨설턴트
bblee2@naver.com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